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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제 없다던 난류…제2롯데월드 하늘길 위협?

입력 2015-01-12 21:52 수정 2015-01-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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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제2롯데월드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맨날 짚는데 왜 또 짚느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워낙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고, 또 저희가 새롭게 알아낸 내용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2롯데월드 허가 당시 첨예하게 논란이 됐던 사항이 비행안전성 문제였습니다. 공군 작전기지인 서울공항과 신축되는 제2롯데월드가 가깝기 때문인데요. 당시 공군과 롯데의 갈등을 조정했던 국무총리실은 3도 가량 활주로를 틀면 비행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아마 다 기억을 하실 겁니다. 그 당시에 이게 얼마나 뜨거운 이슈였는가 하는 것을 말이죠. 총리실은 한 보고서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했던 건데요. 지난해 공군이 민간에 발주한 용역보고서는 제2롯데월드로 인해 난류가 발생하며 이로 인한 비행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박소연 기자의 단독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공군기상단이 지난해 공군참모총장 앞으로 보낸 문서입니다.

서울공항 주변에 제2롯데월드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난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난류는 불규칙한 바람의 흐름을 말합니다.

지난 달 28일, 적도 자바섬 부근에서 추락한 에어아시아 항공기도 난류가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도 난류가 발생하는데 특히 건물에 바람이 부딪쳐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와류'라고 합니다.

[최해천 교수/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 와류는 대칭으로 발생하지 않고 번갈아 가면서 생기게 됩니다. 다른 물체가 와류에 들어가면 비대칭적인 힘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와류 속에 들어가면 뒤집어지는 힘을 받을 수도 있는 거죠.]

문제는 제2롯데월드가 서울공항의 항로와 가깝다는 겁니다.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 동편활주로를 3도가량 트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가 났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항공기는 불과 1.6km 떨어진 거리에서 타워를 지나갑니다.

최소 안전 거리인 장애물 회피기준 1.9km에도 못 미칩니다.

제2롯데월드 허가 전인 2009년. 당시 초고층 건물 때문에 난류가 발생하고 비행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공항 비행안전성 검증' 보고서를 근거로 건축을 허가했습니다.

'난류가 아주 미미한 정도다'며 '항공기 운항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조원동/당시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군의 연구 결과는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달에 작성된 공군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착륙이 허가 기준으로 바람이 가장 강했을 때를 가정해 실험했습니다.

항로에서 90도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3분이 지나자 제2롯데월드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난류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난류 영향권 안에 서울공항의 항로가 지나갑니다.

난류의 세기는 어떨까.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난류 기준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바로 옆에서 강한 난류가 관찰됩니다.

건물에서 멀어질수록 난류가 약해져 항로 주변에서는 약한 동요가 느껴질 정도의 난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지적으로 상당한 요동을 느낄 수 있는 난류가 확인됩니다.

이에 대해 공군은 항로에서 심각한 수준의 난류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군 관계자 : 그 정도면 영향은 없다. 영향이 있더라도 아주 미세하게. 더 이상 관측할 가치도 없고 장비도 설치하지 않는다.]

정말 문제가 없을지 취재진은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비행 시뮬레이터로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측정된 난류를 확인해 봤습니다.

난류의 세기에 따라 항공기가 어느 정도 흔들리는 지 실험해 봤습니다.

항로에서 측정된 약한 세기의 난류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고 서울공항에 착륙해 봤습니다.

흔들림이 약하게 느껴지지만 숙련된 조종사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듯했습니다.

이번엔 국지적으로 나타난 중간 정도 세기의 난류를 실험해봤습니다.

난류의 영향으로 항공기의 순간 속도가 20노트 즉 시속 37km 정도 오르락 내리락 크게 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최공순 겸임교수/김포대학 항공전기전자 : 활주로를 안전하게 접근하는 게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 판단하는 게 어렵습니다. 상당히 힘들어하는 접근 구간이 되는 거죠.]

제2롯데월드에서 서울공항까지는 불과 5km 떨어져있습니다.

착륙 준비를 마친 조종사들에게 예상치 못한 난류는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현직 조종사 : 항공기가 최종적으로 안정을 유지해야하는 낮은 고도에서 난류로 인한 항공기의 진행 방향, 고도가 변경된다면 비행기 안전에 큰 저해 요인이 되는 거죠.]

때문에 최소한 서울공항에 난류 관측 장비 구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초고층 건물을 지으며 롯데와 공군은 건물의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보체계장치 등만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롯데 관계자 :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기 위해서 설계 때부터 미국에서 실험을 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난류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비행할 때 예상보다 더 가깝게 느껴져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현직 조종사 : 예상치 못한 바람의 변화와 건물로 인한 위협이 느껴졌을 때 조종사들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뿐만 아니라 서울공항 주변에 있는 건물을 복합적으로 연구해 난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조진수 교수/한양대 기계공학부 : 군 공항 주변에 난류 지도를 마련해 비상시 궤도를 수정할 때 참고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다른 공항으로 보낼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비행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불안한 하늘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공군도 롯데 측도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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