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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모티브 여성 조직원…중국서 수감 중

입력 2021-10-08 20:34 수정 2021-10-08 21:39

'실제 김미영'은 여성 조직원…조직서 '전설의 에이스'로 불려
사기조직 옮겨가며 "내가 진짜 김미영 팀장"
여기선 수사관, 저기선 검사…'실제 김미영'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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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미영'은 여성 조직원…조직서 '전설의 에이스'로 불려
사기조직 옮겨가며 "내가 진짜 김미영 팀장"
여기선 수사관, 저기선 검사…'실제 김미영' 추적

[앵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 '김미영 팀장' 일당에 대해서 저희가 새롭게 취재한 내용입니다. 최근 필리핀에서 붙잡힌 총책이 만들어낸 '김미영 팀장'은 완전한 가상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조직 안에서도 가장 많은 사기 실적을 올리기도 했던 한 여성 조직원이 모델이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이 진짜 '김미영 팀장'은 2년 전에 붙잡혀서 현재 중국에서 수감돼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3년 경찰이 '김미영 팀장' 일당을 붙잡은 모습입니다.

조직 2인자를 비롯해 간부들까지 모두 28명을 붙잡았습니다.

김미영 팀장이라며 대출 안내 문자를 보낸 뒤 전화를 걸면 수수료를 챙겨가는 수법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80억원, 실제론 4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경찰이 조직 간부들을 붙잡는 사이 해외로 도주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조직원 김모 씨였습니다.

경찰이 인터폴 수배를 했지만 행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김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5년입니다.

경찰은 중국 다롄을 기반으로 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붙잡으면서 김씨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 : 다롄 수사했을 때 어떻게 알게 됐냐면 한 공범이 '여자도 한 명 있었다'고 해서… '그 여자 기억나는 게 뭐야' 물었더니 '그 누나 전설의 에이스라고 혹시 아세요? 김미영 팀장'이라고…]

필리핀에서 잡힌 '김미영 팀장' 일당의 총책 박모 씨가 범죄를 구상할 때 모델로 삼았던 인물이란 것도 알게 됐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 : 그 조직에서 김미영이라는 가명 사용했고…그 조직에서 도망쳤죠.]

김미영 팀장 일당이 우리나라에서 벌어 환치기를 통해 중국으로 가져갔던 돈입니다.

조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주급을 받는데 김씨는 4억원,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 : 총책 박OO보다 더 잡고 싶었던… 김미영 팀장의 실존 인물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취재 결과, 김씨는 2019년 중국 다롄에서 붙잡혔습니다.

우리 경찰과 중국 공안이 개인정보를 빼가는 해킹센터를 함께 수사하다 김씨를 체포한 겁니다.

김씨는 중국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다롄에 수감 중입니다.

중국은 형을 마치면 한국으로 추방할 계획인데 그때 경찰은 신병을 넘겨받아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진짜 김미영 팀장격이었던 이 여성의 행적도 추적했습니다. 조직이 무너지자 다른 조직에 '내가 그 김미영 팀장'이라며 영입하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팀장' 대신 '검사'나 '수사관'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보이스피싱을 이어갔습니다. JTBC가 그 목소리를 입수했습니다.

이어서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2014년 중국 웨이하이의 아파트 안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유모 씨 등 조직원 20명은 복층 아파트에 숙소와 콜센터 사무실을 꾸렸습니다.

[A보이스피싱 일당/중국 웨이하이 (2014년) : 고객님이 협조해주시면 더 빨리 되는데 너무 늦게 하시게 되면 시간이 걸리게 돼요. 에이, 고객님 대출되시죠.]

6개월간 70여명으로부터 7억원 가량을 챙겼습니다.

JTBC 취재 결과, 김미영 팀장 일당이었던 여성 김모 씨도 이 조직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이 조직마저 경찰에 붙잡히자 2015년에 중국 다롄의 다른 조직으로 옮겨 탔습니다.

팀장은 버리고 이제는 검찰을 사칭했습니다.

[김모 씨 (2015년) : 본인 사건번호 알려드릴 거예요. 아라비아숫자로 2014조사 다시 숫자… 명의도용 사건입니다. 검사님 따로 연결해드릴 거예요. 계속 녹취 중이니까 전화 끊어지지 않게 조심해주시고요.  ]

곧이어 검사란 사람이 바꿔 받습니다.

[B보이스피싱 일당/중국 다롄 (2015년) : 본인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요. 저는 이상호라고 하고요. 본인 담당 검사입니다. 담당 수사관님 통해 내용 들으셨죠? 이해가 좀 되십니까?]

시간이 지나서는 아예 자신이 검사인 척 사기를 쳤습니다.

[김모 씨 (2018년) : 저는 첨단범죄수사과 1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현재 문OO 사건 담당하고 있는 박채원 담당 검사라고 합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70% 이하로 있으면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주시고요.]

김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이 목소리들을 수집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김미영 팀장 조직에 있을 때의 김씨 목소리와 같다는, 그러니까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김씨는 조직을 옮겨갈 때 "자신이 그때 진짜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김미영 팀장 조직은 물론, 다른 조직에서의 범죄까지 모두 수사할 계획입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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