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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노포 '을지OB베어' 강제 철거…백년가게도 무용지물

입력 2022-04-21 20:18 수정 2022-04-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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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에 문을 연 오래된 가게가 오늘(21일) 철거됐습니다. 생맥주 안주로 '노가리 구이'를 처음 내놓은 걸로 알려진 '을지 OB 베어'입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또, 백 년 가게로도 뽑혔지만 법적 분쟁 끝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박현주 기자입니다.

[기자]

지게차를 붙들고 소리를 질러보지만 소용없습니다.

드러누워 버린 청년은 곧 끌려 나갑니다.

[천천히 들어, 천천히, 천천히.]

오랜 시간 맥주를 담아 왔던 냉장고, 노동자들이 앉아 얘기하던 간이 탁자도 이제 철거물이 됐습니다.

42년 동안 이름을 지킨 간판도 내립니다.

가게 앞을 막아선 건 철거 용역 100여 명입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첫 가게로 알려진 을지 OB베어 철거 모습입니다.

을지 OB베어는 1980년 12월 공구상 골목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100원짜리 노가리 구이와 생맥주를 팔았습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됐고 2018년엔 중소벤처기업부가 백 년 가게로 선정했습니다.

근대 유산으로 100년 넘게 보존하겠다던 가게는 그 뒤 5년을 못 버텼습니다.

[최수영/을지OB베어 사장 : 어떤 회한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거는 42년째 하는 거고 창업주인 집사람의 아버님이세요. 96세로 생존해 계십니다.]

건물주와 세입자 을지OB베어 사이 분쟁은 지난 2018년 시작됐습니다.

임대료 보증금 문제부터 시설 개축 비용까지 의견이 갈렸습니다.

결국 임대 계약 연장에 실패했고, 법원은 가게를 비우라고 판결했습니다.

2020년부터 5번 강제 집행이 있었지만, 시민단체와 단골 손님들 저항으로 실패했습니다.

6번째 시도 만에 가게는 철거됐습니다.

[최수영/을지OB베어 사장 : 그전에도 그렇고요. 지금도 따로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그냥 이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만 마음이 있었고…]

42년 동안 추억을 만들어 준 가게는 이제 기억 속에만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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