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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부모님 용돈도 소득공제 추진…가능할까?

입력 2015-03-24 21:58 수정 2015-03-2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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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계십니까? 한 인터넷사이트가 남녀 직장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화면에서 보신 것과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요, "드린다"는 사람이 53.4%였고, 안 드린다는 사람이 46.6%로 나왔습니다. 액수는 일년에 328만원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달에 27만원 정도씩 드리는 셈이죠. 그런데 어제(23일) 한 국회의원이 이렇게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대해서도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게 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게 가능하겠느냐, 또 그렇게 하는 게 맞느냐 하는 논란인데,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논란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가 될 텐데,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예. 말씀하신 대로 많든 적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해마다 국세청 사이트에 단골로 오르는 질문이, 부모님 용돈에 대해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공식적인 답은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건데, 다만 독립 생계 능력이 없는 60세 이상 부모를 실제 부양할 경우 떨어져 살더라도 부양가족으로서 공제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선 인적공제를 받는 거지 용돈에 따라 소득공제를 받을 순 없는 거죠.

[앵커]

이번에 나온 법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께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릴 경우 일년에 최대 6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건데, 자녀 중 한 명만 받을 수 있던 기존 부양가족 공제와 달리 형제가 몇 명이든 드리는 대로 모두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앵커]

문제는 부작용이죠? 악용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벌써 머릿속에 몇 가지가 금방 생각날 정도인데. 그 얘기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예. 우선 반기는 반응도 상당히 많이 있었고요, 우려하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왕 드리는 용돈, 혜택받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반면, 용돈 못 드리는 자식들은 낙오자냐, 부모님 안 계시는 사람들 역차별하냐,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특히 벌써 이를 악용할 아이디어들이 속출했습니다.

[앵커]

앞에 얘기한 건 어찌 보면 감정적인 차원이고, 구체적으로 나온 건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들 얘기한 거군요?

[기자]

아주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분석을 했는데요.

부모님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돈을 이체한 뒤 내가 체크카드 발급받아 쓰면 되겠다,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고요. 부모님이 돈 받은 뒤 안 쓰고 모아뒀다가 나중에 물려주면 절세에 상속까지 1석 2조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앵커]

법을 발의한 게 새정치연합 박민수 의원이죠? 법안 발의했을 때 이런 부작용들을 전혀 모르고 했을까요?

[기자]

그래서 직접 물어봤는데요, 그 내용 들어보시죠.

[박민수 의원/새정치연합 : 이것을 만약에 이용해가지고 뭘 한다면 소득세법 위반이나, 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다 관련 조항들이 있어요. 이제 이걸 자기 부모를 상대로 돈 부쳤다가 '어머니, 다시 송금해주세요' 이렇게 하는 자식이 그렇게 일반적이지는 않겠죠. 부자간에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세금포탈이나 세금탈루의 방법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좀 적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의원실 쪽 설명은, 부모님께 송금한 통장 기록이 있으니 이걸로 증빙이 가능하고, 기존에 국세청에서 비슷한 불법행위 적발하던 노하우가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전문가들도 많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김우철 교수/서울시립대 세무학과 : (적발이) 불가능해요. 부모님인데… 설령 6백만원 보내고 3백만원 나중에 거슬러 달라면 주죠. 그야말로 이건 국세행정의 대상이 아니다… 부모님 용돈을 증빙하는 걸 감독하는 건, 취지에도 안 맞고…납세자 9백만명 정도가 지금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그분들한테 혜택이 다 갈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세수 손실이 꽤 됩니다.]

[앵커]

세수손실 이야기도 하는군요. 확실히 세금을 덜 걷는 거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게다가 부자에게 더 세금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논란도 예상됩니다.

납세자연맹과 함께 소득별로 얼마나 환급을 받을까 따져봤더니 연 3천만원 버는 사람이 부모님 용돈을 600만원 드릴 경우, 예상되는 세금혜택이 57만원입니다.

그런데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같은 액수 드릴 경우 돌려받는 세금이 무려 158만원입니다. 그러니 고소득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지난 연말정산 때도 이야기 나왔듯이, 세액공제가 아니라 소득공제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고소득자에게 더 혜택이 간다, 이런 얘기겠죠. 알겠습니다. 또 박 의원은 "민법상 자식들에게 부모 부양 의무가 있으니 이런 제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했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박민수 의원이 이런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서 "민법상 자식들에게 부모 부양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설명한 건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오건호 공동위원장/내가만드는복지국가 : 자꾸 소득공제를 늘려가는 건 적합하지 않고요. 이제는 세금과 복지정책의 원칙을 세워야 되는데요. 세금은 능력에 따라 하는 거고, 복지는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겁니다. 옛날에 복지가 없을 때는 복지를 대신해서 공제를 제공했던 건데, 이제는 복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세금영역에서 공제를 확대하는 건 이런 복지확대 길과는 역행한다고 봐요.]

[앵커]

오늘 팩트체크에서 점검한 내용을 보면 이번 법안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이라든가 실효성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 아주 낙관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물었는데, 1998년에 가족이라는 대답이 90%였고 사회라는 답은 2%뿐이었습니다. 14년이 지난 뒤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가족이란 답은 확 줄고,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53%가 됐습니다.

[앵커]

굉장한 역전이네요.

[기자]

그런데 지금 현재 실제 부모님의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되느냐 조사했더니 절반 가까운 49.5%가 자녀였습니다.

사회가 노인복지를 전적으로 책임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죠. 그렇다면 꼭 소득공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자녀로서의 책임을 지려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혜택, 연구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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