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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보협정 추진부터 연기까지…여진 남아

입력 2012-07-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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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한일정보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이라면서도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 특히 지난달 국무회의 처리 과정에서는 비밀리에 추진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이후 책임 소재가 불거지자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국방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에 따라 한일정보협정은 현 정부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해졌다.

◇한일 '상호 이익' 명분으로 추진 = 지난 5월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마주 앉았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는 별도의 회담에서 이 협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때 협정 체결에 대해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우리나라는 24개 나라와 정보보호 협정을 맺고 있어 지금 일본과 맺는 것이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사시 안보 분야에서 양국 목표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정보 교환은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미 협정 체결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김 기획관은 일본의 이지스 함이나 조기 경보 통제기를 활용할 수 있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보탰다.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공유해 핵·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호시탐탐 도발을 꾀하는 북한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이때는 한일정보협정 뿐만 아니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한일 정상이 5월 만나면서 협정 체결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시작은 지난 201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방위상이 우리 측에 제안하면서 첫단추가 채워졌다.

군사 분야의 협정이기 때문에 2011년 1월부터 김관진 국방장관이 나섰다. 그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이 여전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협정 체결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지만 물밑에서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계속 이 문제를 논의하다 협정 체결 주체를 외교부로 바꿨다. 공유 정보가 군사 분야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이유지만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김 기획관의 발언에서도 보듯이 협정 체결을 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국무회의 '밀실 처리' 논란 =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군사'라는 표현을 빼고 '즉석 안건'으로 한일정보협정을 올렸다.

이게 이번 사태 촉발의 방아쇠가 됐다. 정부는 국무회의 전에도, 국무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협정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협정이 체결되고 알리기로 한 일본과의 약속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비판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이때는 이명박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국내를 비운 상황이었다. 해외 순방 때마다 수행하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남아 막후 역할을 맡았다는 게 정설처럼 통한다.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외교ㆍ안보 조언을 했던 김 기획관의 `과욕'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에 이 대통령 임기 내 처리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외교부는 국무회의에 앞서 차관회의를 생략해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눈에도 잘 안 띄는 '우회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하루 만에 처리 사실이 드러났지만 29일 일본과 예정된대로 협정 체결을 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판에 체결식 1시간 앞두고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책임 떠넘기기 공방 = 이렇게 국무회의에서 '밀실 추진'이 들통난 뒤에도 설명보다는 서로 발뺌하는 데 급급했다.

외교 당국자들은 비공개 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말렸는데도 청와대가 밀어부쳤다는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식의 `면피성 둘러대기'인 셈이다.

청와대는 심지어 협정 체결을 담당했던 외교부의 실무 국장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희생양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책임 공방이 벌어지자 2일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다른 데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처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도 이제 와서 "협정 주체는 외교부"라고 짐짓 뒤로 빠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정 체결 전망은 = 현 정부에서 체결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에 다시 협정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협정 체결이 국회 동의 사안도 아니어서 `오해'만 풀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박지원 대표는 총리 해임과 협정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처음에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반대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한편, 야당의 주장이 아니어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이번 국무회의 과정의 경위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으며, 외교부와 국방부 역시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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