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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허성태 "송강호에 뺨 때려달라 3박4일 설득..맞으며 행복"(인터뷰)

입력 2016-09-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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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상, 나의 롤모델, 나의 스타를 만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감격적이다. '덕후는 계를 타지 못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꼭 한 명씩 어디서든 '성공한 팬'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팬들의 사랑을 받아먹고 사는 스타들이지만, 스타들도 팬으로 돌변시키는 스타 위의 스타도 있다. 배우 송강호는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다. 꼭 한 번쯤 만나보고 싶지만 '내가 감히 선배와 연기를?'이라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배우.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오른 공유도 "송강호 선배님과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언급했던 상황에서 송강호의 연기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을 조, 단역 배우들은 어떨까.

영화 '밀정'(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의 팬클럽 회원들이 모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송강호의 팬이었던 배우들이 대거 합류, 이들은 송강호의 연기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기회를 얻었다.

하시모토(엄태구)의 심복 하일수로 분한 허성태 역시 마찬가지다. 35살이라는 늦깎이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허성태에게 송강호는 이미 너무나 큰 배우였다. 몇 개월을 현장에서 함께 동고동락했지만 여전히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라는 속내는 덧하고 뺄 것 없는 진심이다.

심지어 송강호와 1대 1로 맞붙는 신까지 있었다. 밀정인듯 아닌 듯 정체성이 모호한 이정출(송강호)이 자신을 감추기 위해 괜히 언성을 높이고 화풀이를 하는 대상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꽂힐 수 밖에 없는 장면에 등장한다.

송강호의 투박한 손에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맞는 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허성태는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그 장면이 가장 소중하다. 평생 소장하면서 돌려보고 또 돌려볼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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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뺨을 때리는 설정은 애초 시나리오에 없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두 사람의 대화만 들어 있었지만, 허성태가 3박4일동안 송강호를 설득해 얻어낸 장면이라고.

"강호 선배님에게 정말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이 정도에서 뺨을 때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한 허성태는 "선배님께서 처음에는 '유치하게 무슨 뺨을 때리냐'고 하셨지만 혼자 고민을 하신 것 같더라. 계속 말씀 드리니 '그래?'라고 하시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촬영 당일이 됐는데 감독님께서 어깨 동무를 하시며 '너 오늘 뺨 맞을 수도 있겠다'는 한 마디만 남기시고 스윽 지나쳐 가시더라. 난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선배님께서 나 대신 감독님을 설득해 주신 것이다"며 "선배님과 엄태구의 에너지가 더해 지면서 그 신 자체가 생동감 있게 변했다. 나에겐 너무 소중한 신이다"고 밝혔다.

송강호의 손이 맵기로 유명한데 아프지 않았냐"고 묻자 허성태는 "선배님께서도 '나 손 장난 아닌데 괜찮겠나. 나 말 손이다'라고 촬영 전부터 걱정을 하시더라. 근데 아프고 말고는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뺨을 맞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니까"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총 8대를 맞았다. 그 중 두 대가 진짜 아팠는데 정말 아파서 어쩔 줄 몰라했던 연기가 영화에 담겼더라"며 "그 신을 촬영하면서 선배님의 다정함도 봤다. 마지막에는 '선배님 진짜 세게 때려주세요'라고 부탁했고, 정말 세게 맞아 고개가 탁 틀어지는 순간 아래에서 찍고 있던 카메라에 눈이 부딪쳤다. 그랬더니 선배님께서 '너무 열심히 찍는 것 아니냐. 배우 다치겠다'면서 되려 투덜투덜 말씀 하시더라.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반했다"고 덧붙였다.

뺨 맞는 신을 촬영한 당일 송강호에게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는 허성태는 "꿈이다. 다 꿈만 같다. 내가 그토록 존경한 송강호 선배와 연기를 한 것도,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뺨까지 맞은 것도, 나를 챙겨주신 모든 것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비현실적이다. 근데 현실이 됐다"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다. 잊지 않고 술자리에도 불러주신다. 선배님 말씀대로, 또 눈으로 배운대로 좋은 작품, 연기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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