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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줄이려 인력 2배 투입…이천 참사는 '인재'

입력 2020-06-15 21:42 수정 2020-06-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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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동자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원인은 결국 인재였습니다.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평소 두 배의 인력을 불러놓고, 불이 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김도훈 기자]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1분.

이천 물류센터 지하 2층 출입구입니다.

[야 소화기! 야 소화기!]

불꽃을 발견한 공사 관계자가 다급히 외칩니다.

하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커졌고,

[119 불러! 119 불러!]

40초 만에 건물 전체로 번졌습니다.

화재 당시 지하 2층 입구에서 30m 떨어진 천장에선 배관 용접 작업이 있었습니다.

산소 용접기에서 나오는 열은 섭씨 1200도.

뜨거운 열기가 천장과 벽면을 뒤덮은 우레탄폼을 타고 지하층 전체로 퍼져나갔고 뜨거운 열을 품은 우레탄폼이 출입구에서 공기와 만나 불꽃이 돼 거대한 화염으로 변했습니다.

작업이 한창이던 노동자들은 불이 커지기 직전까지 상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노동자들을 많이 부른 것도 인명 피해를 키웠습니다.

[반기수/이천 화재 수사본부장 : 평상시보다 약 두 배가 많은 67명의 근로자를 투입해 동시에 많은 종류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안전관리 규정은 거의 지키지 않았습니다.

화재나 폭발위험이 있는 작업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하는 비상유도등이나 비상경보장치는 없었습니다.

방화문 앞에는 벽돌을 쌓아 뒀습니다.

불이 났지만 노동자들이 대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현장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38명이 숨졌습니다.

경찰은 발주처와 시공사, 협력업체 임직원 등 24명을 형사 입건했습니다.

이 가운데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공사기간 줄이려다…'모든 책임' 재하청에 떠넘겨

[앵커]

이천 참사에선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예정보다 더 빨리 작업장에 투입된 노동자 세 명이 동시에 숨졌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해당 업체의 계약서를 입수해서 살펴봤더니, "공사가 늦어지면 재하청 업체가 모든 비용을 책임진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소홀했던 이유입니다.

강희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강희연 기자]

이천 화재 당시 한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가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착공이 늦어지거나 철수할 때 발생되는 비용은 재하청업체가 부담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재하청업체는 "작업 중 발생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모든 금전적,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각서까지 썼습니다.

이 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은 이천 참사 당시 숨졌습니다.

경찰은 "공사기한을 단축한 것"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비용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하청에서 재하청, 다단계로 전가된 겁니다.

이천 물류센터 공사는 시공사가 하청을 주고, 다시 여러 차례 하청이 이뤄지는 다단계 구조였습니다.

현행법에선 건설 현장의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설업체들은 이런 불법 재하청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거나,

[A하청업체 : 저희들은 그거(불법 재하도급)를 정확히 그 당시에는 몰랐었죠.]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B하청업체 : 업계 전체의 문제라…지금 이 업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하도급을 줬을 수밖에 없었고…]

새벽 인력 시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 속에서 안전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들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A씨/건설노동자 : 한 3단계, 4단계 (하청을) 해야 우리한테 오니까. 능률을 올려야 우리도 좀 남는 게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두를 수밖에 없지.]

[B씨/건설노동자 : (다단계 하청은) 대부분 다 그래요. 안 할 수가 없어요. (안전은) 신경 안 써요. 자기가 신경 써야 해요.]

이천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안상수 전 국회의원)
(영상디자인 : 신재훈·박지혜·배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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