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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번역가 "엄마는 영어로도 엄마"…한국문학 맛 살렸다

입력 2022-04-14 21:34 수정 2022-04-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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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강에 이어 정보라까지 우리 작가의 소설이 이번에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죠. 우리 이야기로 외국인들 마음을 움직인 데엔 번역의 힘도 무시할 수가 없을 텐데요. '엄마'를 우리말 그대로 '엄마'로 옮겨적은 영어 단어도 눈에 띕니다.

이선화 기자가 번역가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저주토끼'의 영어판 표지엔 토끼를 널리 쓰이는 '래빗' 대신 '버니'라 표현했습니다.

더 귀여운 느낌이 짙은 단어를 써서 역설적인 느낌을 극대화한 겁니다.

영어권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더 친근하고 감각적인 번역에 공을 들였고, 그렇게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안톤 허/번역가 : 기쁘다기보다 어이가 없었어요. 1년에 수백 권의 번역서가 나오는데 이 중에서 13권만 뽑는데, 2권이 제가 번역한 거라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저주토끼'가 영어로 번역돼 외국에 소개된 과정도 재밌습니다.

번역가가 먼저 나서서 정보라 작가와 출판사에 번역을 제안하면서 한국 사람들만 알고 있던 소설은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안톤 허/번역가 : 한국 번역서가 1년에 10개쯤 나와요. 백인 번역가를 선호하고, 일종의 백인우월주의가 있어요. 제가 제 일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저는 그냥 굶어요.]

우리만 아는 단어를 있는 그대로 살려주며 말의 맛을 살린 것도 눈에 띕니다.

'회'는 회로, 소주는 소주로, 엄마는 엄마로, 우리 말 그대로 실었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우리 단어가 실리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이런 번역에서도 우리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소설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우리만의 정서를 세계가 얼만큼 이해하고, 공감하는지가 핵심이고,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게 번역가입니다.

[안톤 허/번역가 : (수상은) 기대하는 건 아무것도 없고요. 저는 항상 놀라운 것을 번역하고 싶어요.]

부커상 수상작은 다음 달 결정됩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벌써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미 출간된 정보라 작가의 또 다른 두 편의 소설 역시 안톤 허의 번역을 거쳐, 영문판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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