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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허허롭고 살기 가득한 곳"은 어디였던가

입력 2017-10-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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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름하여 '혼돈의 시대'

법원으로부터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던 논란의 회고록이 재출간됐습니다.

문제시되었던 서른세 부분은 "가처분 결정에 의해 삭제"라는 문구와 함께 모두 시커먼 잉크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이른바 정치적 탄압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검게 칠해진 문구들은 마치 '억울'하다는 말을 세상에 내뱉고 있는 것 같았지요.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몰래 묻혀버린 영혼들은 따로 있는데 그는 무엇이 그리도 억울했을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탄핵된 대통령의 법정 발언 또한 전해졌습니다.

무엇이 정치보복이고, 무엇이 참담하고, 비통한 것인지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임한 변호사 역시 단장의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이야기하며 법정을 '허허롭고 살기가 가득한 곳'이라 칭했습니다.

하긴, 헌법 재판소 심판정에서부터 이번 공판까지 급기야 전원 사퇴에 이은 보이콧까지… 그들은 한 번도 그 법정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논란의 7시간 반마저 7시간으로 줄이고 싶었던 청와대의 수장은 무엇이 그리 참담하고 비통했던 것일까.

사람들은 묻고 또 묻습니다.

시민들의 희생을 딛고 군림했던 권력들의 억울함은 희생됐던 이들의 억울함에 앞서는가…

작가 한강의 작품 <흰> 의 한 구절.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월의 광주. 그리고 4월의 그 배.

사람들은 봄을 빼앗겼지만 빼앗긴 봄은 온전히 애도 받지 못했으니…

단장의 아픔, 혹은 포기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말들은 그때 그 봄을 빼앗긴 이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말은 아니던가…

법정을 떠난 변호사는 그곳이 허허롭고 살기가 가득했다고 일갈했지만, 그 봄을 지나온 사람들은 그 시절이 그랬으므로…

오늘(1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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