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에 대한 법원의 파산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나 홀로' 국적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글로벌 해운 불황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만큼 '새롭게 기대를 걸어보자'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법원이 17일 오전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선고를 내리게 되면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 국적 원양선사가 된다. 그간 한진해운과 함께 국내 수출산업의 짐꾼 역할을 자처했지만 앞으로는 이 모든 짐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년 2위 선사에서 국내 해운 '원톱'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그만큼 현대상선이 마주하게 될 글로벌 해운 환경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한국 해운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다. 글로벌 화주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대규모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더는 한국 해운사들에 짐을 맡기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운임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올해 수많은 컨테이너선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영국 해운 컨설팅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로 인도가 예정된 컨테이너선은 총 249척·173만5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다.
이는 지난해 인도됐던 87만3000TEU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으며 세계 4위 선사인 중국 코스코(COSCO)의 전체 선대 규모(165만TEU)와도 맞먹는 양이다.
세계 13위인 현대상선의 전체 수송능력은 45만TEU 수준에 불과하다. 운임이 낮아지면서 해운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는 것도 결국은 선박이 필요 이상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향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비관적인 시각과 반대로 현대상선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경쟁력을 키워가는 만큼 한 번 기대를 걸어보자는 희망적 분위기도 있다.
정부는 최근 수립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만 총 6조5000억원의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중 많은 부분이 현대상선에 할애될 예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도 많지만 어쨌든 정부도 뒤늦게 나마 정신을 차리고 현대상선을 키워 국내 해운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도쿄·카오슝 터미널, 롱비치터미널, 알헤시라스터미널 등 한진해운이 운영했던 총 4곳의 해외터미널을 최근 확보했다.
현대상선은 안정적 영업기반 확대와 중장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터미널 사업을 지속 강화하던 차였는데 한진해운 자산을 흡수함으로써 몸집이 더욱 탄탄해졌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회사가 고객 신뢰를 크게 회복하고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화물 운송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향후 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초 연말해서 선박이 만선에 가깝게 출항하고 있기 때문에 화주들의 신뢰를 어느정도 회복했다고 본다"면서 "작년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입찰에 참여하라는 초대(invitation)를 받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모든 화주로부터 초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현대상선의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주노선의 점유율도 점차 개선 추세에 있다. 미국해운통계조사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점유율은 2016년 1월 4.9%에서 올해 1월 7.5%로 2.6%포인트 상승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