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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외롭게 싸웠다" 공효진·엄지원 열변토한 女영화 편견

입력 2016-11-24 11:21 수정 2016-11-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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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외롭게 싸웠다" 공효진·엄지원 열변토한 女영화 편견

거침없는 언니들의 입담이다. 단순한 홍보를 위한 발언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온 열변이다.

여성 감독에 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성 영화. 똑같은 작품, 똑같은 영화, 남녀 구분없이 똑같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남성 영화가 판치는 충무로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현장이 얼마나 귀하면 '여성 영화'라는 표현이 다로 붙을 정도다. 공효진·엄지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가 11월 유일한 여성 영화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전 진행되는 언론매체 인터뷰는 통상적으로 영화 흥행을 위한 홍보의 색이 짙다. 조금 더 가까운 자리에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배우의 근황까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백이면 백 공감대가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영화를 선택하기 보다는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23일부터 인터뷰를 진행한 공효진·엄지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실시간으로 화제를 모으며 특히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성 영화가 처한 현실, 대중은 알지 못했던 현장 분위기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면서 "일단 본다"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 여기에 시사회 직후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좋은 영화를 안 볼 이유가 없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엄지원이 전한 이야기는 현재 한국 영화계가 여성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하기 충분했다.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자마자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나 할래. 무조건 할래"라고 말했다는 엄지원은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주변 분들에게 '기대된다'는 말도 엄청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엄지원은 "쇼박스, CJ 관계자 분들도 다 그랬다. ''미씽' 하신다면서요?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축하해요. 궁금해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좋은 영화인데 왜 투자 안 했어요? 왜 배급 안해요?'라고 물어봤다. 결론은 작품은 좋지만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편견이다. 여성 영화에 대한 편견이자 스토리에 대한 편견이다. 다행히 메가박스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봤을 땐 상업적 가치가 충분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상업성과는 조금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다. 쉽게 표현하면 '재미있다'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데 왜 충무로의 흥행 공식과 룰에 의해 만들기를 주춤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더라. 그렇게 못 만들어진 영화가 얼마나 많겠냐"며 "오히려 정면돌파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도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연 먹힐까? 될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언희 감독, 공효진과 엄청난 대화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호평이 감사하지만 아직 어리둥절한 마음도 있다고.
[초점IS] "외롭게 싸웠다" 공효진·엄지원 열변토한 女영화 편견
엄지원은 "확신은 있었다. 단순한 소재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이유도 없고. 실제 아기도 없는데 왜 엄마 역할을 자처하겠나. 속된 말로 여배우는 싱글 역할을 계속 해줘야 예쁠텐데. 하지만 난 '미씽'이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난다고 봤다. 화두를 던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그리고 브로맨스 지겹잖아. 너무 많이 봤다. 이제는 새로워질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공효진 역시 공감한 부분이다. 엄지원 공효진 모두 현장에서 엄청난 외로움을 느꼈고 배우이기 전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란 여성이기에 페미니즘이 발동한 순간도 많았다고.

공효진은 "독립 투사처럼 싸우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여배우 둘에 여감독 한 명. 그 외 스태프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그들과 우리가 그리는 그림이 살짝 달랐다. '남녀의 시각이 이렇게 다른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남자들은 '이건 그냥 모성 이야기다. 그러니까 여자로 보일 필요가 없다'고 했고, 우리는 '아니다. 여자 이야기다'라고 반박했다. 싸워 이겨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또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했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 촬영 스케줄에 치여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회차가 그렇게 많지 않아 감독님과 지원 언니를 현장에 두고 가야 할 땐 미안한 마음도 컸다. '힘내세요. 파이팅이에요' 늘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여자 셋이 똘똘 뭉쳐 싸워낸 현장이었다"고 강조한 공효진은 "여성의 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엔 잘 나와 다행이다. 감독님이 고생이 정말 많으셨다"며 "어떤 영화들은 예고편이 전부인 경우도 있는데 우린 내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 사전에 오픈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영화를 보면 놀랄 부분이 많을 것이다"고 센스 넘치는 프로홍보꾼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힘든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겨내려 노력한 배우들이다. 말 뿐만인 허세가 아니라 배우로서 실력과 능력을 갖췄기에 더 고마운 지점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스크린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미(美)친 열연을 펼쳐냈다. 야무지고 똑부러지기까지 하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이 조금씩 깨부숴지고 있는 요즘 조금씩 커지고 있는 여배우들의 목소리다. 쌓이고 쌓인 여배우들의 노고가 '미씽: 사라진 여자'를 계기로 조금 더 다양하게 분출되길 바라는 바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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