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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허원근 일병 사망'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사망 원인은 불명"

입력 2015-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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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발생한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타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도록 군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것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소송이 처음 제기된지 8년 5개월만에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0년 2월 "허 일병이 1발의 총상을 입어 사망했고 누군가 시신을 이동해 양쪽 흉부에 2발의 총을 쐈다"며 "소속 중대장과 중대원들이 사건 발생 당시 경위와 현장을 은폐·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타살이 아닌 자살로 결론을 내리면서도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허 일병의 부모에게 이례적으로 위자료 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허 일병의 시신이 이동되지 않은 점 ▲3군데 총상에서 생활반응이 나타난 점 ▲핵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실제 M16 소총으로 여러번을 쏴 자살한 사례가 있는 점 등을 자살의 근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의 은폐·조작 주장에 대해 "사망원인이 자살인 이상 이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자살로 조작할 의도였다면 굳이 총 2발을 추가로 발사해 타살 의혹을 가중시켰을 이유가 없고, 타살이라면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부대원들 중 단 한명이라도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을리 없다"고 설명했다.

'허 일병 사망 사건'은 1984년 4월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이 M16 소총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이다.

당시 군은 허 일병의 사망원인을 자살로 결론냈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허 일병은 술에 취한 중사가 쏜 총에 맞고 타살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같은 해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재수사를 통해 "자살한 것이 맞다"고 거듭 밝혔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후 유족들의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자살과 타살 공방은 계속돼 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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