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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책임론' 놓고…'친문 vs 친명' 갈등 격화 조짐

입력 2022-06-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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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선거 끝나고 각 당의 상황 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민주당인데요.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민주당이 뜨겁습니다. 특히,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전면에 등장한 상황인데요. 이른바 '친 문재인' 대 '친 이재명'계의 계파 갈등으로 번지면서 앞으로 새 지도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몇년 간 '원팀'을 강조해온 민주당, 하지만 당내엔 해묵은 갈등이 있죠. 바로 '친문 VS 친명' 얘기입니다. 대선과 지선의 연이은 패배가 이 구도를 수면 위로 올리는 트리거가 됐습니다. 친문 진영의 인사들 '이재명 책임론'을 전면에 제기했습니다. 지방선거에 왜 출마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 1614만명이 내가 나서면 아무 때나 뭉쳐서 도와줄 거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보수진영에서는 방탄용이라고 이렇게 성격 규정을 했잖아요.) 같은 당 입장에서 그걸 방탄용이다, 이렇게 인정해 주는 게 너무 자존심 상합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생각을 해보기가 싫어요.]

대선 경선 당시엔 '명낙 대전'을 펼쳤던 이낙연 전 대표, 어젯(2일) 밤 가까운 의원들 20여 명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고 하는데요. 표면적으론 7일 미국으로 떠나는 이 전 대표의 환송회였지만 현장에선 당내 상황에 대한 성토회가 됐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계파분열을 우려해 선거 패인분석을 미뤘다간 총선에서 당이 박살날 것이라고 했다는데요. 논쟁을 피하지 말아야 한단 얘기죠. 민주당은 오늘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는데, 여기서도 대선 패인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고 하는데,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고요. 친문 계 의원들은 공개석상에서 선거의 패인을 조목조목 복기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인 이재명·송영길 당시 후보의 공천부터 잘못됐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전날까지 불출마할 걸로 보였는데, 갑자기 공천이 발표됐다고 했습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거는 당연히 조응천 비대위원이 이재명 후보하고 어느 정도 대화가 되는 양반이니까 정리가 된 거구나, 그 다음 날 전략공천 발표를 해요. 비대위에서. 이거를 박지현, 윤호중 두 분이 그냥 얘기를 해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절차가 저는 왜곡됐다. 흔들려버렸다.]

송영길 후보 역시 당에서 '컷오프'가 됐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사회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전략공천위원회에서 컷오프를 시켰지 않습니까? 사실상. 그런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저도 그 과정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다시없던 일이 되고 그러니 결국은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습니까?]

대선 패배의 주역들이 그대로 지방선거를 주도하면서 대선연장전이 돼버린 것도 민주당엔 불리했단 얘기가 나왔는데요. 이재명 의원이 직접 후보가 되면 윤석열 대 이재명, '안정론 대 견제론'이란 프레임이 짜여질 수 밖에 없죠. '새 정부의 폭주를 야당 후보로 견제해달라'는 프레임인데요.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 채 한달이 안 돼 치러진 선거에선 '견제론'이 힘을 받기 어렵죠. 그래서일까요. 정작 이재명 후보는 보통 여당에서 내세우는 '일할 기회를 달라'는 '일꾼론'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 (유튜브 '이재명' / 지난달 31일) : 농사를 아무리 잘 짓는 농부라도 자갈밭이라도 있어야 농사를 지을 것 아닙니까?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일할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계양에서 인천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서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전략실패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도 정면 대응을 했는데, 또 한덕수 총리는 인준을 해줬다는 겁니다. 오락가락 갈팡질팡이었다는 지적입니다.

[정봉주/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평소부터 검찰 독주에 맞서 싸우겠다고 그랬거든요. 싸우겠다고 하던 이 민주당이 한동훈 임명을 그냥 강행을 했는데 한덕수 총리는 왜 인준을 해줬죠? 선명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호소한 것도 아니고 중도층에 호소한 것도 아니고…]

대선 패배 난타전이 쏟아지는 이유, 상황을 뜯어서 살펴보면 좀 더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전남, 전북 광주와 제주, 경기까지 5곳을 수성했죠. 특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에서 투표율 37.7%가 나왔다는 건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또 투표율이 최고인 곳이 전남이라는 점도 특이한데요. 이 지역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18.8%를 얻었습니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이 지역에서 얻은 11.4%를 훌쩍 넘긴 건데요. 투표율이 오른 보다 직접적인 이유, 전남 22개 시군 중 7곳에선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이정현/전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이제 전남도 막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는 그런 민주당의 공천이 통하지 않는구나. 무소속 시장 군수가 7명이나 전남에서만 당선되는 걸 보면 표 찍는 기계처럼, 표 찍는 머슴처럼 그냥 무조건 따라서 찍어 줄게, 이게 아니라고 하는 그런 것을 분명하게 느꼈고…]

막판 접전 지역이었던 충청지역에서도, 현직 단체장 프리미엄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대전의 경우 2.3%p차로 졌죠. 지방선거가 전국 선거처럼 치러지면서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특히 현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단체장들은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체적으로 이게 대선 시즌2가 되면서 이 후보들이 뉴스에 안 나와요. 이재명이냐 송영길이냐 비대위냐 이 얘기만 계속 나오니까 이 후보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살아날 수가 없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친문 진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이재명 의원의 '사당화'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온라인에는 '이재명 1명 구하기'라는 영화포스터 패러디물이 나오는가 하면 '나혼자 산다'는 프로그램 로고에 이 의원의 얼굴을 합성한 게시물도 떠돌고 있습니다.

반면 친 이재명계에선, 이재명 책임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입니다. 이 의원이 선거에 직접 나선 건 '지지율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따른 '선당후사'의 정신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일보 / 음성대역) :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재명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뭘 한 것도 아닌데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 야당이 됐는데도 마치 여당인 것처럼 '검수완박'을 강행처리했다.]

손혜원 전 의원 역시 '이재명 책임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저격했는데요. 이낙연 전 대표에게는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건데 본인만 모르는 듯"이라고 했고, 전해철 전 장관에겐 "대장동 문건 들고 나와 이재명 후보 흔들던 그 무리들"이라고 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에게는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렇고 그런 사람" 이라고 했는데, 반면 이재명, 송영길 후보는 치켜세웠습니다.

[손혜원/전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음성대역) : 계속되는 민주당의 오만과 뻘짓 속에서 그나마 경기지사 성공, 인천계양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이 이재명 당선자입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눈물나는 헌신을 통해 보석 같은 정치인을 재발견한 것도 큰 소득입니다.]

선거 패배 '책임론' 공방으로 뜨거운 가운데, 송영길 전 후보는 어제 캠프 해단식을 했습니다. 선거의 소회를 밝히면서 노래도 불렀는데, 지지자들, '개혁의 딸', 개딸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어제) : 편지를 제가 일일이 밤마다 읽어보면서 너무 감동을 많이 느꼈는데 그러나 저는 이번 선거 때는 너무 사실 행복했습니다. 많이. 표정도 밝았죠잉~? (네~)]

어쨌든, 이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두고 당내에선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결국은 8월 전당대회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2년 후 총선의 공천권을 갖게 되죠. 이재명 의원의 경우, 대선 당시 0.7%p차 아쉬운 패배를 명분으로 이른 등판을 해서 당권을 쥐고 총선 공천을 하면서 차기 대선가도까지 가는 그림을 그렸던 듯 한데요. 그런데 이 이른 등판이 지나치게 일렀던 걸까요. 현재는 대선과 지선 패배의 책임을 한몸에 받으면서, 전당대회 출마에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하는 친문 진영도 문제가 있단 얘기가 나왔는데요. 정봉주 의원은 친문 그룹 역시 당이 잘 되자는 것보다는 '당권 장악'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정봉주/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이재명 당신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고 우리가 전당대회 때 당대표 우리가 장악할게 그래서 공천권을 우리가 행사할게. 그래야 당신을 반대했던 우리를 밀어내려고 하는 모습으로 전당대회 당을 장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반대해.' 이 얘기를 한 거예요.]

이렇게 판이 벌어진 논쟁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인데요. 이 대표는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해달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개혁적 성향의 김해영 당 대표, 원만한 성격의 한정애 조정식 의원 원내대표 조합이 더 위협적이라고 했는데요. 여당 대표가 추천하는 인물을 야당에서 대표로 세우고 싶어하진 않겠죠. 이 대표는 이재명 의원의 진로를 조언하기도 했는데, 들어보시죠.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재명 의원은 누가 봐도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인기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데 그분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내봤자. 욕먹을 것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왜 그런 선택을 하지?]

선거에 지면 치열하게 패인을 복기하고 논쟁해야 진짜 반성이 가능하겠죠. 다만 그 과정이 또다시 밥 그릇 챙기기, 기득권 챙기기로 비치면 실망만 더해질 수 있을텐데요. 그래서일까요. 이낙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은 오늘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전당대회는 8월로 확정이 됐는데, 두달 동안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 다정회에서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재명 책임론' 놓고 '친문 vs 친명' 정면충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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