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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마이너스야"…집배원도 안 쓰는 새 우편번호

입력 2015-09-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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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달부터 우정사업본부가 기존 6자리였던 우편번호를 5자리로 바꿨습니다. 집배원들의 배달 업무를 돕겠다는 취지였는데 정작 현장에선 새 우편번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데요. 오늘 탐사플러스에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추진했다가 정작 혼란만 야기하고 있는 탁상행정을 소개합니다.

김진일 기자입니다.

[기자]

집배원 A씨는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일이 늘었습니다.

우편번호가 다섯 자리로 바뀌면서 안 해도 되던 주소 분류 작업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다섯 자리 우편번호는 기존 여섯 자리 우편번호와 달리 읍면동으로 구분되지 않아 큰 구역의 우편물들이 섞여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현직 집배원 A씨 : 지금은 한 담당구역이 아니라 다 짬뽕 돼서 오다 보니까.]

지난 8월 1일 우정사업본부는 새 우편번호를 도입하며 집배원의 배달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정작 집배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직 집배원 A씨 : 오히려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우편번호는 필요 없거든요. 우편물에 적힌 주소와 수취인 이름 그 두 가지 보고 배달하니까.]

국내 물류 대부분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은 우편번호 자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김우식/택배기사 : 저희와는 상관없고, 저희 회사 나름대로의 우편번호 형식이 또 따로 있어서요.]

정부가 새 우편번호를 도입한 건 지난해부터 전면시행된 도로명 주소의 후속조치입니다.

[도로명주소 홍보 영상 : 잘 찾아오셨네요. 도로명 참 쉽고 편하더라. 사용해보세요 도로명 주소.]

정작 배달 현장에선 새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며 혼란만 가중됐습니다.

[김우식/택배기사 : 일일이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그쪽이 어딘가 해보고. 전화해보는 경우도 있고 고객들한테. 여기가 어디냐, 구주소로 불러달라 하고.]

정부가 도로명 주소를 도입한 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사용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도로명주소 홍보 영상 : 국제적 표준주소시스템 사용으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여갈 것입니다.]

취재진은 도로명 주소가 익숙한 미국인에게 새 주소로 동네 주민센터를 찾아가 보게 했습니다.

15분이면 가는 길인데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애슐리 프린/미국인 : 미국은 이런 엄청 작은 골목은 많지 않은 것 같고. 라, 가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조명래 교수/단국대 도시계획학과 : 뉴욕 거리를 걷거나, 영국의 오래된 거리 걸어보면 그 순차성이 느껴지거든요. 확인이 됩니다, 좌우가. 우리는 도시라는 게 도로를 가지고 형성된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이용을 못 하는 거예요.]

택시기사들도 도로명주소가 불편하긴 마찬가집니다.

[허관헌/택시기사 : 도로명 주소 나오죠? 이게 불편해. 135개야. 이걸 다 찾아야해. 이걸 다 뒤져야 내가 가고자 하는 도로를 찾을 수 있다고.]

정부는 우편번호 변경에 40억, 도로명주소 변경에 4천억 원 넘는 돈을 썼습니다.

[전직 집배원 B씨 : 그게 집배원들 편하라고, 일하기 쉬우라고 하는 거 같진 않고. 그렇다고 국민들 이득보라고 한 거 같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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