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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 고위직 인사 단행…이성윤, 서울고검장 승진

입력 2021-06-04 18:52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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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법무부가 조금 전에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는데요. 관련 내용, 신혜원 반장이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기자]

♬ 안 본 눈 삽니다 - 셀럽파이브

4인조 걸그룹 셀렙파이브의 노래 '안 본 눈 삽니다'입니다. 무심코 애인의 휴대폰을 봤다가 바람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차라리 보지 말 걸" 후회하며, 이 사진 "안 본 눈 삽니다"라고 외치는 노래죠.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나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본능적으로 '외면'하고 싶은 욕구가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범죄'와 관련이 있다면, 그건 '외면'이 아니라 '은폐'가 되겠죠.

[(잠시 후, 목적지 부근입니다) 여기 내리시면 돼요? (이 XXX의 XX) 왜 욕을 하세요? 저한테 욕을 하신 거예요? (너 이 XX 너 뭐야?) 어어! 다 찍혀요 다 찍혀요, 이거! (너 뭐야?) 택시 기사예요, 택시 기사! 신고할 거예요 목 잡았어요 다 찍혔습니다 경찰서로 갑시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 블랙박스 영상엔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는 장면은 물론, 얼굴까지 그대로 찍혔습니다. 운전 중 폭행 시 적용되는 특가법을 피하기 위해 기사에겐 "멈춘 뒤에 멱살 잡혔다고 해라" 거짓 진술도 요구했습니다.

[택시기사 (어제) : '뒤에서 기사님이 와서 문 열고 깨우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래서 내가 '이 사람 큰일 날 사람이네, 거짓말을 시키려고 해?']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합의금 천만 원을 준 뒤엔 영상을 삭제해달라고까지 요구합니다. 돈을 주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한민국 법무차관이 벌인 일도 해외 토픽감이지만, 이어진 경찰의 대응은 말 그대로 '세상에 조런일이' 수준입니다. 경찰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 A씨는 사건 발생 엿새 뒤, 해당 블랙박스 영상을 보게 됩니다. 당연히 상부에 보고하는 게 '정상적'인 업무 수순일 텐데 택시기사는 수사관 A씨가 이렇게 반응했다고 주장합니다.

[수사관 A씨 (음성대역) : 차량이 멈춰있군요.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경찰 입장에선 당시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의 영상이 '판도라의 상자'였던 걸까요? 서초경찰서 내부의 CCTV 영상에는 택시기사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을 수사관에게 보여주는 모습, 이어 수사관이 머리를 감싸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한 뒤 그대로 퇴근했다고 하죠. 다만 CCTV에 음성은 녹화되지 않았는데요. 수사관 A씨는 "내가 못 봤다고 한 게 아니라, 택시기사가 '못 본 것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관 A씨와 그 윗선인 서초서 형사팀장, 형사과장은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최종 책임자, 당시 서초서장은 두 차례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입건되지 않았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 이런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조작과 은폐 정황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넘도록 법무부 차관 자리에 계속 이용구를 앉혀놓았던 그 뒷배는 누구이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만약 말단 경찰관 선에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지금부터는 검찰 인사 이야기입니다. 어제(3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등을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만났죠. 상견례를 빼면, 공식 업무 관련한 첫 만남이었는데 분위기가 꽤나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면담 시작 두 시간 뒤, 두 사람이 고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어제) : (장관님, 긴 시간 말씀 나누셨는데 오늘 다 인사안 조율 끝나셨을까요?) 제가 드릴 말씀은 없고요. 충분히, 아주 충분히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이성윤 지검장 거취도 논의하셨나요?) … (인사 발표는 어떻게 될까요?) …]

[김오수/검찰총장 (어제) : 2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의견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의견 충돌도 있었나요?) 하여튼 시간이 저에게는 더 많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던 모양인데요. 두 사람,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회의를 계속했습니다. 저녁 6시 반부터 9시까지, 그러니까 도합 4시간 반 동안이나 검찰 인사 논의를 이어간 겁니다. 김 총장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남긴 사직 메시지,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란 말에 "아주 좋은 말씀"이라며 공감을 표했었죠. 박 장관과의 회동에서 이른바 '탕평인사'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와 후임, 또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 문제를 두고도 박 장관과 부딪혔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 (장관님, 어제 논의를 많이 하신 것 같던데 오늘 인사 좀 발표 날까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최종안이 나오지도 않았고 인사와 관련된 절차나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의견은 많이 좁혀지셨나요?) 의견 청취 절차죠. 의견을 좁히는 절차가 아니고.]

마지막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검찰청법 34조에 따르면 검사의 최종 인사 제청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 있습니다. 때문에 박 장관은 의견을 좁히는 게 아니라, 내가 의견을 '듣는 절차'라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김 총장을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실무선에서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 2월에도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있었죠. 당시에도 박 장관은 검찰 측의 요구를 대부분 거절하고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2월 17일) : 아주 소폭의 인사였지만 상징하는 바는 컸습니다. 최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중단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된 이성윤 중앙지검장, 유임됐습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이끈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죠. 윤석열 총장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은 법무연수원에 그대로 남게 됐습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2월 8일) : 다소 좀 총장께서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패싱' 이런 말은 좀 맞지 않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저로서는 최대한 애를 썼습니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 사이 중재에 나섰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왜 조율도 안 된 인사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냐", "나를 패싱한 거냐" 항의하며 사표를 쓰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전례가 있기에 발표 예정일인 오늘, 법무부가 '그대로' 인사를 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이미 발표가 났죠. 오후 4시 반, 법무부가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박철우/법무부 대변인 :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하고자 검찰 고위 간부로서의 리더십,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이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였습니다.]

일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 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승진이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지만, 결국 고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후임으로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고요. 윤석열 전 총장 직무를 대행했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부 법무연수원장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이번 검찰 간부 인사의 의미, 들어가서 더 자세히 분석해보죠.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경찰, 이용구 블랙박스 보고도 그냥 퇴근" /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정수…이성윤은 서울고검장 승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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