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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급률 목표만 높여…'창고 속에만' 우리 밀 풍년

입력 2018-09-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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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확의 계절 가을이지만, 국산밀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창고에 가득 쌓인 우리밀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시름에 빠졌습니다. 팔 곳이 없어서 2년째 창고에 묵혔는데, 이제는 폐기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최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농가 저장창고에 포댓자루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올해 여름에 수확해놓고 팔지 못해 쌓아둔 우리 밀입니다.

[이기연/광주광역시 남산동 : (여기 보면) 나방이 날아다니잖아요. 지금 (우리 밀 재고를 버리자는) 사람들 많죠. 다 사료로 줘버리자고…]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창고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250여 평 규모의 창고가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습니다.

지난해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고 쌓아둔 우리 밀입니다.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데요.

이렇게 한 포대에 1t씩, 1200개의 포대가 이곳에 쌓여있습니다.

저장 창고가 모자랄 정도지만 재고를 언제 소진할지는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늘렸는데 소비는 오히려 감소하면서 판로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우리 밀 자급률을 9.9%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에는 0.9%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팔리지는 않는데 값싼 수입 밀까지 밀려들면서 2016년부터 생산된 1만 8000t 이상이 재고로 쌓였습니다.

농민들은 이대로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기연/광주광역시 남산동 : 진짜 보기만 해도 화가 나죠. 인건비랑 다 해서 어떻게 해요. 그러면 아예 차라리 논바닥에 놓고 갈아엎어 버리는 게 낫지.]

농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소비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천익출/한국우리밀농협 조합장 : 수입 밀이 우리 밀과 가격이 4~5배 차이 나는데. 정부가 수매를 안 해주면 방법 없습니다. 우리 밀 농가 다 부도나는 거죠.]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품질개선과 비축물량 확대 등 소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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