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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법무장관 지휘 따라야"…윤석열 '선택의 시간'

입력 2020-07-06 18:07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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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를 한 것을 두고, 지난주 금요일 검사장 회의가 진행됐죠. 윤 총장은 오늘(6일) 이들의 의견을 보고받고, 내일쯤 추 장관 지시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낼 전망입니다. 검사장 회의에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를 제한한 지시는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한편, 특임검사 도입을 건의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권에서는 총장이 장관의 지시를 거부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연일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소식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제한 시험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은 지휘를 하지 말고, 결과만 보고 받아라, 즉 총장은 빠지라는 지시였죠. 윤 총장 앞에 놓인 보기는 사지선다. 1번 '지휘 수용+사퇴', 2번 '지휘 수용+유지', 3번 '지휘 거부+사퇴', 4번 '지휘 거부+유지'

시험 문제가 난이도가 높아서 정답을 고르는 게 어려울 땐, 확실히 아닌 답을 제외하면서 오답을 먼저 없애는 방식을 써야겠죠. 지난 금요일 전국 고검장, 지검장들이 모여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날 검사장 회의에서는 "이번 일로 검찰총장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총장은 오늘 이 회의 결과를 보고 받았는데요.

일단 사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따라서 사퇴가 포함된 1, 3번은 제외를 하겠습니다. 남은 건 2, 4번으로,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 인데요. 이건 윤 총장 입장에선 좀 어려워 보입니다. 2번을 선택하면 사실상 식물 총장이라는 검찰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특히나 검사장 회의에서 장관의 지휘가 위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해 보입니다. 4번을 선택한다면 사실상 장관에 대한 항명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돌입할 수 있는 만큼 양측의 갈등이 극에 치닫을 것으로 보입니다.

답안이 모두 객관식일 필요는 없겠죠. 2, 4번을 절충한 주관식 답안을 제출할 수도 있는데요. 장관의 두 가지 지시 가운데 자문단은 철회하고, 중앙지검의 수사 보고는 받거나, 또는 자문단은 유지하고 중앙지검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장관에게 다시 지휘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추 장관은 이미 자신이 지시를 모두 수용하지 않는다면 거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러한 제안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항명이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검사장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장관에게 제출할 답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연일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는데요. 검찰총장은 장관의 지시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기에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수 없다면 어떻게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나 지난주 소집된 검사장 회의에 대해선 "어떠한 근거 규정도 없다"(박주민), "항명성 행보다"(이형석), "검찰청법 위반이고 항명이며 정치 행위다"(신동근)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검사장 회의를 "똘마니 규합"이라고 표현했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조폭 검사들의 쿠데타"라거나, "삼합회 같다"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최강욱/열린민주당 대표 : 검사장회의가 소집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총장의 측근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에 불과할 뿐 아무런 법적 근거나 의결권을 갖지 않은 행사이며 일종의 위력 시위를 시도한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사실 추미애 장관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하고 또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잘 해달라, 잘 해보자고 했던 이들입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이렇게 추 장관은 '옳다', 윤 총장은 '그르다'라고 하는 것을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거들었는데요. 안 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끌어들였습니다. 대통령이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고 그렇게 지시했지만, 추 장관은 여전히 다주택자이고 윤석열 총장은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1주택자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요구합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대통령 지시를 받들어 강남의 집을 판 검찰총장한테는 벌떼같이 달려들어 그만두라고 하는데, 대놓고 대통령 말을 듣지 않는 장관들은 왜 그대로 둡니까? 총장은 서자고 장관은 적자라서 그렇습니까? 대통령 지시도 무시하는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 지금 당장 해임하십시오.]

추미애 장관은 지난주 대검에 모였던 검사장들을 향한 메시지도 던졌는데요. "검찰조직 모두가 국민만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자신도 인사말을 통해 "휘어지면서 바람을 이겨내는 대나무보다는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로 살겠다"고 다짐했는데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흔들리는 건 꽃들만으로 충분하다는 걸까요.

다만 통합당은 참나무로 살겠다는 추미애 장관을 흔들어 보려는 모습입니다. 추 장관이 검사장들을 향해 "올바른 길을 걸어가라"고 한 건, 이번달 중에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을 향해 협박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정조준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지난 1일) : 아이는 굉장히 사실은 많이 화가 나고 사실 굉장히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정원석/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 : '아이가 운다'고 하셨습니까. 권력에 편승하는 대한민국 법무장관의 이 같은 어설픈 엄살이 더 많은 청년들을 울게 만들고, 심지어는 '우리 엄마도 추미애 같으면 좋겠다'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부디 조국에 이어 시즌 2가 되시는 과오를 범하지 마시고 초심다운 초심으로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올바른 처신을 당부드립니다.]

아무튼 윤석열 검찰총장은 오늘 내에는 추미애 장관 지시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러야 내일쯤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울러 여권 인사들이 절차와 내용 등을 문제삼았던 검사장 회의에 대해서는 전문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발제 정리합니다. < "장관 지휘 거부는 불법" 압박 속…윤석열 '선택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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