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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 유출' 숙명여고 교무부장 두 딸 유죄…실형은 면해

입력 2020-08-12 10:51 수정 2020-08-12 13:07

법원 "무죄 주장, 합리적 의문이라기보다 추상적 가능성 불과"
변호인 "대법원 판결에 숨으려는 의도…도피성 판결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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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죄 주장, 합리적 의문이라기보다 추상적 가능성 불과"
변호인 "대법원 판결에 숨으려는 의도…도피성 판결에 유감"

'답안 유출' 숙명여고 교무부장 두 딸 유죄…실형은 면해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낸 시험 답안을 보고 숙명여고 내신 시험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본인들의 주장과 달리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실형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3)씨의 두 쌍둥이 딸(각각 19세)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자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편 주장들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의문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버지인) 현씨에 대해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동일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판단을 이 사건에서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죄 판단의 구체적 근거로는 중상위권이었던 자매의 성적이 1년여 만에 급상승해 나란히 전교 1등을 한 점, 그럼에도 모의고사 등의 성적은 비교적 낮았던 점, 답안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다수의 정황이 드러난 점 등이 제시됐다.

자매는 시험지 한쪽에 작은 글씨로 모든 문제의 정답을 적어뒀고, 교사의 실수로 정답이 정정된 대부분의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써 냈다가 오답 처리되는 등 답안 유출 정황이 드러났다.

동생의 경우 화학 시험에서 일반적인 풀이과정으로는 나올 수 없는 답을 전교생 중 유일하게 써 냈는데, 이는 화학 교사가 잘못 기재했던 정답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주관식 정답인 영어 문장을 미리 인터넷에 검색해보거나 풀이과정 없이는 답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조차 시험지에 풀이 과정이 쓰여 있지 않은 점도 답안 유출 정황으로 인정됐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유죄를 선고받은 교무부장 현씨의 재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두 딸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숙명여고 학생들에게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했으며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트려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버지가 3년의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고, 피고인들도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자매 측 변호인은 판결 선고 직후 "법원이 도피성으로 판결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며 "이 사건은 이 사건대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대법원의 판결에 숨으려는 의도인 것 같아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자매는 선고 결과에 별다른 언급 없이 판결 선고 후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방청객 2명이 허가 없이 재판 내용을 녹음하려다가 적발됐다. 재판부는 녹음한 파일을 지우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숙명여고에 재학 중인 교무부장 쌍둥이 딸들의 성적이 1년여 만에 급상승해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수사 당국은 아버지 현씨를 재판에 넘기는 한편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해 소년보호 재판을 받도록 했지만, 가정법원은 자매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일반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년법에 따라 작년 6월 사건을 검찰로 다시 송치해 돌려보냈다.

검찰은 결국 작년 7월 자매를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에 따라 일반 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자매는 "검찰이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성적 향상이 부정행위의 결과가 아니며, 답안을 미리 보고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 자매의 주장이었다.

검찰은 여러 증거에 비춰볼 때 답안 유출이 사실이라고 보고 두 자매에게 장기 3년·단기 2년의 실형을 구형하면서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르며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피고인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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