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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브라주카 못쓰는 홍명보호, 그 이유는?

입력 2014-03-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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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브라주카 못쓰는 홍명보호, 그 이유는?


축구대표팀은 대체 왜 아직도 브라주카를 쓰지 않을까.

지난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국 축구대표팀과 그리스의 평가전이 열렸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 사용한 공은 2014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가 아니라 나이키의 오뎀이었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아직 공인구가 낯설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공인구 쓰다 나이키볼로 '역주행'

한국은 올해 1월29일 미국 전지훈련 중에 치른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브라주카를 사용했다. 그런데 사흘 뒤에 열린 미국전에서는 다시 나이키볼을 썼다. 3월 6일 그리스전에서도 역시 나이키볼을 사용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역주행'이다. 과거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때 대표팀은 월드컵 당해 1월부터 쭉 공인구를 사용했다. 2002년에는 1월9일 미국과의 평가전에 공인구 '피버노바'가 첫 선을 보였다. 2006년에는 1월29일 크로아티아와의 홍콩 칼스버그컵 첫 경기부터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를 썼다. 2010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1월9일 남아공 현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이 출발점이었다.

홍명보 팀이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를 처음 사용한 시점은 1월29일로, 과거와 엇비슷하다. 그러나 공인구를 한 번 사용하고 다시 나이키볼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월29일 멕시코전의 경우 멕시코의 홈 경기로 진행됐고, 멕시코 팀의 공식 스폰서는 브라주카의 제작사인 아디다스다.

◇축구협회 최대 스폰서 나이키

나이키는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스폰서다. 축구협회는 지난 2012년 초 나이키 코리아와 2019년까지 8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8년간 후원 금액은 1200억원(현금 600억원·현물 600억)에 이른다. 후원사 중 최대 규모다.

반면 월드컵 공인구는 아디다스가 제작한다. 여기서 공인구 사용의 딜레마가 생긴다.

그리스전에서 브라주카 사용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나이키 측은 '협회와 협의하고 결정한다는 원칙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나이키 관계자는 "축구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해외전지훈련부터 월드컵 공인구를 사용하되, 축구협회 주관 A매치볼은 나이키 공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는 '나이키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가 축구협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3월 평가전의 브라주카 사용을 강경하게 반대한 것으로 안다"면서 "브라주카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키의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브라질월드컵을 맞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축구 관련 용품 판매 목표를 28억 달러(약 3조 원)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주카는 아디다스 축구 마케팅의 상징이다.

나이키는 지난 6일에 열린 브라질과 남아공의 평가전에서 이색 마케팅을 진행했다. 나이키가 용품을 후원하는 브라질 선수들이 전반과 후반에 각각 다른 색상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브라질의 경기 현장에서 나이키의 공식 패션쇼가 진행된 셈이다. 월드컵 본선이라면 규정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평가전이라 양팀의 양해를 얻어 이런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이키가 올해 유독 공격적이고 색다른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디다스를 크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마케팅 무리수, 희생자는 대표팀

스포츠용품사들의 마케팅 전쟁 유탄은 결국 홍명보호가 맞는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본선 대비는 결국 변수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상대적인 강팀들과 경쟁하는 우리 대표팀에게 공인구에 대한 적응이 부족한 상태로 본선에 나서는 현재의 상황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홍명보호는 유일하게 브라주카를 사용했던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완패했다.

현재 K리그가 공인구로 브라주카를 사용한다. K리거들은 리그 경기에서 브라주카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선수들은 다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나이키, 챔피언십(2부리그)은 마이타가 만든 공을 사용한다. 기성용(선덜랜드), 김보경(카디프 시티), 이청용(볼턴), 박주영(왓포드) 등은 브라주카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들은 월드컵 본선 직전이 5월 소집에서나 브라주카를 경험할 수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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