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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영화 속 반전처럼…'어쩌면 좀비는 바로'

입력 2017-09-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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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면 좀비는 그 자체가 무서운 숙주입니다.

좀비와 접촉한 사람들은 대개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염되어 또 다른 좀비가 되고 마니까요.

그러니 좀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이고 사력을 다해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겠지요.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들이 바로 이런 좀비들을 만들어내는 존재들이었다고 국정원의 당시 문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국정원이 총괄 기획한 방송장악 문건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이번엔 국정원이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을 집요하게 사찰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현미경 사찰의 대상이었습니다.

좌경화된 프로그램이 '출근길 민심을 호도'했으며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논리로 정부를 흠집내왔다'는 것이 사찰의 이유였습니다.

저는 13년 동안 시선집중을 진행했고, 지금의 뉴스룸 못지않게 시선집중을 소중히 여겼으며,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과 해당 라디오국은 진보의 젖줄. 좌파의 숙주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야만성 앞에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국가권력을 견제한다는 저널리즘을 얘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난감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어서 온몸의 힘이 빠지는 참담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정원은 그들이 보기엔 정권을 무너뜨릴 것 같은 그 무섭게 번지는 좀비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촘촘하게 사찰 일지를 기록하고 진행자는 물론 출연자와 피디며 작가의 성향까지 깨알같이 분석해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좀비영화를 비롯한 공포영화에는 늘 반전이 하나씩 등장하곤 합니다.

영화 < 식스센스 > 에서도 가장 숨 막히는 반전은, 주인공 그 자신이, 사람이 아닌 유령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쩌면 영화 속의 그 반전처럼, 출근길 좀비 호러물을 감시하던 그들 자신이야말로 세상을 오염시키는 좀비 같은 존재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긴 그러고 보면, 해 떨어진 밤이라면 몰라도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사람들과 만나는 좀비는 어느 영화에서든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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