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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음식 먹이는 손님…생계 걸린 종업원은 속수무책

입력 2015-01-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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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갑을 문제, 갑질 논란…새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뜨거운 이슈입니다. 매번 안타까운 건, 왜 갑들의 횡포에 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항하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게 또 현실입니다.

이호진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기자]

이른 새벽, 대전의 한 음식점입니다.

비닐 장갑을 낀 남자 종업원이 볶음밥을 철판에 가지런히 펼칩니다.

남자 손님 세 명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 낄낄 거리며 웃습니다.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일어나며 철판을 뒤집어 엎습니다.

볶음밥이 사방에 뿌려지며 식당은 난장판이 됩니다.

다른 종업원이 놀라 달려나오자 볶음밥을 가져온 종업원을 부릅니다.

손으로 볶음밥을 줘 기분이 나빴다는 겁니다.

[출동 경찰관 : (그 사람 말로는) 밥을 먹지 못하게, 먹을 수 없게 너무 형편없게 줬다. 거기에 불만이 있었던 거예요.]

손님은 땅에 떨어진 볶음밥을 집어 종업원에게 강제로 먹입니다.

똑같이 먹어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머리를 치며 다시 한 번 먹이려 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종업원의 머리를 움켜쥐고 밥을 강제로 들이댑니다.

물수건을 던지고, 쌈장을 들어 머리에 뿌리기까지 합니다.

직원들이 죄송하다며 손님을 말리지만 소용없습니다.

소동은 20분 만에 끝나고, 음식물을 뒤집어쓴 종업원은 혼자 남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인 종업원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이 고깃집에서 1년째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습니다.

[피해 종업원 : 그냥 멍했죠. 많이 억울했죠. 맞고 있는 게 억울하고. 저도 어떻게 보면 부모님 좀, 아르바이트비 제가 벌어서 용돈 쓰려고 그러는 건데, 그분들도 아마 자식 있을 것 같은데.]

전문가들은 점원 한 사람이 해고를 무릅쓰고 부당한 갑질에 저항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찬호 연구원/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 자기가 저항했을 때 권리가 온전히 보전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분위기상, 자기가 이제 거기를 떠나야 한다든가 분위기가 있으면 자기 생계가 걸린 문제니까.]

부당한 갑질에도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잘못했다고 굽혀야하는 현실, 병든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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