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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수원 노숙소녀 사건' 7명의 억울한 옥살이

입력 2013-10-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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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07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5살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고요. 범인으로 지적장애 노숙인 2명과 가출청소년 5명이 검거됐었습니다. 한 6년 정도가 지났는데요. 범인으로 지목된 이 7명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거잖아요.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18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압수사 피해자 : 안전화로 제 무릎하고 결제서류로 머리를 계속 때렸거든요. 처음에는 부인했어요. 거기(경찰)에서 강압수사를 계속 하니까 허위진술이 된거죠.]

지난 2007년 5월,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15세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온몸엔 구타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수원역을 전전하던 지적장애 노숙인 2명을 검거했습니다.

[박준영/사건 담당 변호사 : (경찰이) 이틀 전에 폭행사건이 있었는데 이(죽은) 여자아이가 그 폭행사건의 피해자 같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그 당시 경찰이 너무 섣불리 폭행을 당한 여자와 죽은 여자가 같은 인물인 걸로 단정 지어 버린 거죠.]

노숙인 정씨는 살인혐의로 징역 5년을 강씨는 공동폭행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검찰은 노숙인들과 함께 폭행에 가담한 가출 청소년 5명을 추가로 체포했습니다.

검찰 수사 당시,이들은 모두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가출청소년 4명은 유죄 선고를 받았고, 만14세였던 나머지 한 명은 소년원으로 송치됐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가출청소년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객관적 증거가 없고,수사기관의 강압과 회유로 인한 허위자백이었다는 것입니다.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단서, 바로 검찰의 수사과정이 담긴 진술 녹화영상이었습니다.

[박준영/사건 담당 변호사 : 조서가 사실상 조작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문제가 많더라고요. 사건 현장에 대한 정보들을 미리 제공해 놓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진술한 것인 양….]

2010년,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가출청소년 전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노숙인 정씨와 강씨 역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당시 억울하게 누명을 쓴 당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소 후,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최모 씨 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부부는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고 합니다.

[곽OO : 그 때는 자살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정신이 좀 이상한가' 이 생각도 들고….]

그런데 이들은 왜 하지도 않은 범행을스스로 자백하게 된 걸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다섯 명을 각각 따로 취조했다고 합니다.

[최OO/수원 노숙소녀 살해 누명 : 검사랑 여덟 아홉 시간을 실랑이를 벌인 거예요. 저는 '(살인)안 했다’, 검사는‘넌 (살인)했지 않냐.’ 나중에는 지치는 거예요. 지어내서 자백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요. (나머지) 애들을 불러서 제 거를 보고 똑같이 비슷하게 (진술을) 받아낸 거예요.]

당시 만14세로, 나이가 가장 어렸던 곽 양은 경찰의 고압적인 수사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곽OO : 협박 그런 거 있잖아요. 다른 애들도 다 자백 했으니까 너만 자백하면 되는 거다. 여기서 제대로 말 안 하면 어떻게 받을 거 더 많이 받는 다 벌을…무섭잖아요. 집에 안 보내준다고 그러고…그래갖고 결국에는“제가 했어요”(라고 했어요.)]

검사의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염건령/교수 : 당시 수사관이나 검사가 강력하게 압박을 하는 심리적 기법을 썼을 거란 얘기죠.이런 상황이 되면 청소년들은 하지도 않은 걸 했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편, 5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지적장애 노숙인 정모 씨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찰의 강압수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00/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 중 : 안전화로 제 무릎하고, 결재서류로 머리를 때렸거든요. 처음에는 계속 부인을 했어요. 안 했다고. 그런데 거기(경찰)에서 자꾸 강압수사를 하니까 허위진술이 된 거죠.]

재판부에서도 지적했던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와 진술조작 의혹.

취재진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당시 수사 담당 검사를 찾아갔습니다.

[법무법인 관계자 : (박OO 변호사님 간단하게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변호사님 외부에 계시다고 하시는데요 , 언제 들어오실지는 정확하게 모르신다고. (저희가 박재형 변호사님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요.) 계속 외부 일정 보셔서 통화는 좀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열다섯 소녀를 살해한 진범에 대한 재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취재진은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남부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 : (혹시 그 사건(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담당하시는 팀이라든지 그런 게 있나요?) 없습니다. (지금 현재 경찰 쪽에서 담당하시는 팀이 없는 거예요?) 저희 관내가 아니에요. 수원 서부 소관이에요.]

행정구역상 현재는 서부경찰서 관할이라는 겁니다.

노숙소녀 사건이 실제로 수원서부경찰서로 이관된 걸까?

[서부경찰서 관계자 : (노숙소녀 사건, 예전에 2007년에 있었던…) 그걸 여기서 왜 담당을 합니까? 2007년도 여기 개서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인데요. 남부에서 당연히 하는 게 맞지 여기서 저희가 왜 그 수사를 합니까.]

재수사에 대한 책임을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관할 검찰청의 입장은 어떨까?

[수원지방검찰청 관계자 : 그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검찰청에서 항소여부를 검토중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얘깁니다. (재수사는) 검토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사기관의 재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살인 누명을 썼던 당사자들은 아직까지 6년 전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물네 살 강 모양 역시 사건 이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고 합니다.

[강OO : 다른 사람들은 진짜 이해 못해요. 저희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당시에 그 상황이 돼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진짜.]

출소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왔다는 강 양. 직업을 갖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OO : 직장…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유죄든 무죄든 누명이든 아니든 그런 데를 갔다 왔다 그러면 사람들 인식이 좋진 않잖아요.]

강 양을 포함한 누명 피해자들은 현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오는 24일부터 재판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진범을 잡는 것만이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염건령/교수 : 재수사는 빨리 시작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재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경찰에서 1차 수사를 제기 해야 되는 게 저는 옳다고 봅니다.]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법당국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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