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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13만 직관' 뜨거운 '랑종' 영화만큼 매서운 관객평

입력 2021-07-15 15:18 수정 2021-07-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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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13만 직관' 뜨거운 '랑종' 영화만큼 매서운 관객평

뜨거운 영화가 탄생한 것만은 확실하다.

영화 '랑종(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14일 공식 개봉한 가운데, 첫날 영화를 관람한 실관람객들의 후기와 평이 속속 전해지며 이야기의 장을 만들고 있다.

개봉 전부터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손잡은 한국·태국의 협업작으로 주목받은 '랑종'은 국내에서 시사회를 통해 최초 공개된 후 영화에 대한 다양한 리뷰가 쏟아져 예비 관객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양국의 호러 거장이 만난 만큼 공포 수위는 어느 정도 예견 된 지점이었지만, 그 외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 이를 표현하는 방식, 캐릭터 활용성 등 결과물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이 쏟아지면서 "둘이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냐"는 의구심이 샘솟은 것.

이 과정에서 영화에 담기지 않은 내용이 스포일러로 나돌아 '랑종' 측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몇몇 관객들은 대형 스포일러 포함 눈에 띄는 장면만 텍스트로 옮겨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선입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호불호는 초반 화제성으로 직결됐다. "직접 보고 이야기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개봉 첫 날 13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랑종'은 오프닝 스코어 12만9899명을 기록하며 '블랙 위도우'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청소년관람불가등급 공포 장르 영화(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중 '박쥐'(2009)의 첫날 관객 수 18만 명을 잇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이후 기록한 고무적인 결과다.

'첫날 13만 직관' 뜨거운 '랑종' 영화만큼 매서운 관객평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예비 관객들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 녹인 샤머니즘과, '셔터'로 공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강점만 담았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관객 평은 엇갈렸다. 영화처럼 중간 없이 극과 극 대척점에 있다. '수작'과 '망작'이라는 표현이 비등하게 언급되고 있고, 문제성 짙었던 일부 장면들에 대해서는 불호가 우세하다. 비교적 영화를 괜찮게 본 관객도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건 한마음이다.

일단 가장 주목받은 공포 수위는 의외로 "무섭지 않다"다 대다수다. 잔혹한 장면들이 자극적이라 굳이 눈에 담고 싶지 않을 뿐,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어느 시점부터 영화관 바닥만 보고 있었다는 관객도 많다.

"그만해"를 외치게 만드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무서워서, 누군가는 지루해서 "그만해라"를 읊조렸다는 후문이 흥미롭다. 마음 열고 이해하려 해도 떨어지는 개연성과 예측 가능한 스토리의 흐름, 불필요한 장면들도 비판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빙의'를 핑계로 여성 캐릭터가 소화해야 했던 설정들은 일부 관객들에게 일명 '여혐 논란'으로 불거질 수도 있을 법한 불쾌감을 선사했다. 감독의 의도가 어떠했다 하더라도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첫날 13만 직관' 뜨거운 '랑종' 영화만큼 매서운 관객평

사전 시사회부터 벌써 n차 관람을 마친 관객들은 시각적 필름을 한꺼풀 더 걷어내고 '랑종'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곡성'과 이어지는 듯한 '신에 대한 믿음'을 중심으로 신의 존재성과 가치, '랑종'의 결말을 이끌어낸 의도를 꼼꼼히 되짚었다.

'랑종'을 이끈 배우들에 대한 찬사는 말 그대로 압도적 호평이다. 어려운 열연을 펼친 밍(나릴야 군몽콘켓) 뿐만 아니라 비주얼 자체가 의미심장한 님(싸와니 우툼마)에게 반한 관객도 상당하다. '님의 스핀오프를 보고 싶다'는 의견도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받은 듯 '랑종'이 대표 필모그래피가 된 싸와니 우툼마와 나릴야 군몽콘켓은 19일과 20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털어놓을 예정이다.


극 중 님의 달걀 깨기는 현실의 복선이었을까. 실관람객 호불호 지수를 파악할 수 있는 CGV 에그 지수는 개봉 첫날 70%를 찍었다. 70% 미만이면 달걀이 깨진다. 화끈하게 선 넘은 작품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국내 관객의 시선이다.

결코 저평가 받을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의 메시지와 깊이를 단번에 알아채 주고 더 높이 평가해주길 바랐다면 시각적으로 융통성 있게 버무려내지 못한 것이 '랑종'의 패착이라면 패착일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이어 '랑종'도 영화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양산 될 수 있는 판을 깔아놓는 데 성공했다. 타고난 능력에 탁월한 재주다. 기획·제작이 아닌, 직접 연출작이 될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날부터 이슈의 중심에 선 '랑종'이 여름시장 레이스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지, 향후 해외에서는 어떤 평가를 얻을지 당분간 영화계의 관심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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