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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과학정책' 한국엔 없고, 일본엔 있는 것

입력 2016-10-12 22:04 수정 2016-10-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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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는데요. 올해도 역시 한국의 수상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12일) 탐사플러스에선 노벨상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노벨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우리 과학정책을 들여다봤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는 40년에 걸쳐 미생물인 효모를 연구해왔습니다.

노벨상 역시 몸속 세포 내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가 잡아먹는 자가포식 현상을 발견해 수상했습니다.

오스미 교수가 이 연구에 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한 건 1982년.

올해까지 30년 넘게 연구비를 지원받은 겁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연구 지원 평가 항목입니다.

같은 주제의 연구라 하더라도 '진척도'에 따라 지원 여부를 평가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 : 재차 응모했을 때 연구자의 연구주제가 심사를 통과한다면 같은 금액의 연구비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처럼 수십 년 동안 이뤄지는 장기 연구에 대한 지원 제도를 1979년부터 마련했습니다.

일본 뿐만이 아닙니다.

[마틴 챌피/200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 일정 기간 (정부가) 지원해주면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둡니다. 연구자들에겐 그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죠.]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기점으로 뒤늦게 관련 정책 개선에 나섰습니다.

[향후 노벨상에 도전할 세계 톱클래스 연구자를 양성하고…]

이 회의 이후, 한 주제에 대한 연구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최장 10년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등 후속연구 지원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간에 대한 제약이 있어 한 주제에 대한 장기연구가 쉽진 않습니다.

[김진현 사무관/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진흥과 : 이번에 선정된 과제가 5년이 돼서 그분들이 후속 연구를 하게 될 때가 되면 2021년이 돼야 해요. 그때 맞는 평가 기준은 새로 또 세워야…]

지원금 심사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호원경 교수/서울대 세포생리학과 : 연구하는 사람들이 일반인 공무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자꾸 (제안합니다). (채택된 건) 공무원 눈에 띄는 (연구) 제목이었겠죠.]

우리 정부가 과학 정책에 효율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6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글입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쓰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국내 과학계의 노벨상 콤플렉스와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한국이 2014년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지만 정작 기초과학 부문에는 돈을 안 쓴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연구개발 투자는 산업계의 응용 분야에만 집중돼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즉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많지만 대부분이 기업들의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연구라는 겁니다.

실제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R&D 투자를 기초과학보다는 경제발전 분야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노벨상에 집착하는 정부 정책도 문제로 꼽힙니다. 정부는 지난해 2025년까지 세계 최상위급 연구자 1000명 양성과 세계 1등 기술 1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들의 조언은 다릅니다.

[아론 치카노베르/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 노벨상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과학과 기술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정부가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노요리 료지/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 이건(노벨상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금메달이랑은 달라요. 과학자와 운동선수처럼 똑같이 대접하면서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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