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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석론' 힘 받나…한미 역할분담이 관건

입력 2018-01-05 12:45 수정 2018-01-07 16:00

트럼프, 남북대화 노력 지지 입장 표시…북한 '9일 판문점서 회담' 대화에 적극적
한국은 '대화 이니셔티브' 주도, 미국은 '압박기조' 유지하며 수위 조절
남북대화 속도·방향 놓고 '전략적 소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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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북대화 노력 지지 입장 표시…북한 '9일 판문점서 회담' 대화에 적극적
한국은 '대화 이니셔티브' 주도, 미국은 '압박기조' 유지하며 수위 조절
남북대화 속도·방향 놓고 '전략적 소통' 강화

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석론' 힘 받나…한미 역할분담이 관건

남북관계를 시발로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보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새롭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을 향한 대화의 장(場)이 열린 가운데 한반도 해법을 푸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미국이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이니셔티브'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5일 오전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혀오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고리삼아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남북간 '해빙무드' 조성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4일 가진 전화통화는 현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을 크게 넓혀놓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남북대화 노력을 지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한미 정상간 통화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같은 언급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앞세운 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근원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전략을 지속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공개하지 않은 이 대목은 앞으로도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대북제재 옵션을 계속 붙들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모처럼 조성된 남북 간의 데탕트 기류를 '의미있게' 주시하면서 일단 한국 정부에 주도권을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통화에 앞서 올린 트위터 글에서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평했다.

이는 미국으로서도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재의 북미 간 대치국면에서 남북 간 대화 복원의 흐름을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이 대화국면으로 향할 경우 미국의 최우선 우려 사항인 핵·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북미대화의 공간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남북 간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국한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의 남북 간 대화재개 과정에서 일정한 수위조절은 있겠지만 현행 압박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남북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은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이 '약효'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북한과 남한 간 회담과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 양국은 외견상으로 한국이 남북 간 '대화'에, 미국은 대북 '압박'에 각각 방점을 찍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해내기 위해 일종의 '역할분담'을 꾀하며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남북대화의 속도와 방향을 놓고 한미 간에 불필요한 '엇박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상황인식과 전략을 공유하며 긴밀한 공조태세를 유지해낼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상 간의 두터운 신뢰 속에서 한미 공조전선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 통화내용을 봤을 때 두 정상이 서로를 크게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경이로운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있었다"며 "이런 정상 간의 신뢰관계가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 당국 간에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과 북한 신년사 이후 중국이 외교적 움직임을 시작한 가운데 대북 대응기조를 놓고 한미간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교섭 행보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이날 오전 우리 정부가 제의한 9일 판문점 평화의집 고위급회담 제안을 수락한다고 밝히면서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한반도 운전석론'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은 회담 의제를 평창올림픽에 국한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도 거론함으로써 문 대통령으로서는 보다 큰 틀에서 남북대화에 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 쪽으로 성급하게 논의의 초점을 이동하고 의제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한·미간 공조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기자들을 만나 양국 정상 통화와 관련한 백악관의 브리핑에 들어있던 '최대의 압박 지속' 부분이 청와대 브리핑에 빠진 것을 두고 "그 부분은 우리도 다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지를 두고서도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북미 대화로의 발전 가능성을) 상정한다, 안 한다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참가 문제를 마무리 지은 뒤 이산가족상봉이나 군사회담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차원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접근법과 관련해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게 최우선이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대화 여지는 열려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올림픽 참가 문제를 매듭지어야 남북관계 개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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