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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 대통령에 "경찰 개입해야"

입력 2012-01-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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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피해ㆍ가해 학생 찾아가 60여분 면담
"학교폭력 근절돼야".."폭력 알릴 방법 없고 보복 두렵다"

"가해 학생은 반성문 쓰고, 벌점 받으면 끝인데 이것으로 안된다. 경찰이 개입했으면 좋겠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은 한 고1 여학생은 30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 강력한 처벌이 없어 피해 학생만 계속 따돌림을 당하고, 2차 폭력에 노출된 현실을 호소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안양의 `Wee 센터'를 방문해 학교 폭력에 노출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학부모, 상담교사들과 1시간여를 만났다.

이곳은 안양 및 과천 지역의 초ㆍ중ㆍ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연 2천500건의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이 초등생이 가장 많아 폭력 연령대가 낮아지는 실상을 직접 보고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을 만난 피해 학생들은 학교 상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속내를 털어놨다.

A군(고3)은 "학교 문화가 계급사회 문화로서 일진이 있고, 평범한 아이가 있고, 소위 말하는 찐따(바보)가 있다"면서 "빵셔틀(빵 심부름)을 하는 학생들은 잘나가는 애들한테 반항하면 철저히 착취당하는 사회"라고 학교 내부 실태를 전했다.

A군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알려지면 완전히 소외당한다"면서 "선생님께도 알릴 방법이 없고, 가해자들의 성격이 난폭해서 2차 보복이 가장 두렵다"고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B양(고1)은 "친구 중에 누가 왕따를 당해도 도와주면 피해를 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면서 "상담을 떳떳하게 받지 못하는 것도 알려지면 찌질이(바보)라고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라고 알리기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등 모두 일진 비슷하게 묘사가 돼 있다"면서 "이런 모습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대중매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C군(고3)은 "최근 일을 계기로 나와 같은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피해를 보고 전학을 갔지만 위장전입이어서 원래 학교로 돌아와 등교를 하지 못한다는 중학교 1학년 어머니의 사연도 소개됐다.

이 어머니는 "지금껏 국가는 뭐했는지 원망스럽다"면서 "학교가 공개를 해서 개선해야지, 감추려고만 한다면 안된다"고 울먹였다.

가해 학생이었다는 D양(고2)은 "중학생 때부터 가출 등으로 학교에서 강제 전학을 당했다"면서 "선생님이 많이 노력해주고 상담을 받고 지금은 부모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2 여학생도 "부모님이 맞벌이해서 안 계시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서 가출했다"면서 "여기에 와서 엄마와 속내를 터놓고 울면서 얘기하다 보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여전히 "난 부모님과 안 친해요. 저를 안 좋아한다"며 적개심을 보이는 가해 학생도 있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얘기를 들으니 대책이 다 나온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에 바뀌어야 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학교 폭력만큼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근본적으로는 다 착한 학생인데 어떻게 하다보니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면서 "초반에 그런 것을 알았으면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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