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이번 총선에서 지더라도 '명분'은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까지 겨냥한 포석인 것이다.
정치는 명분 싸움으로 통한다. 누가 명분을 거머쥐느냐에 따라 정치적 승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유 의원은 이날 밤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진박 후보'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공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구 동구을 선거는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의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대결'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구는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절대적 아성이다. 유승민 의원이라고 해도 새누리 당적을 떠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유승민계 인사들에 대한 낙천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TK(대구·경북)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만 봐도 '새누리당' 간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주요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 포인트 상승한 41%를 기록하며 3주 만에 4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특히 대구·경북(70%)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높은 9% 포인트가 상승해 70%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길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무소속 출마' 승부수를 띄운 것은 '지더라도 명분은 쌓을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이 전 구청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진박 후보'를 꺾은 비박계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또 지더라도 당의 막무가내식 '찍어내기' 공천으로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으로 남아 차기를 모색할 길이 열린다.
유 의원은 이에 따라 불출마 선언 후 당에 잔류하는 것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더 많은 정치적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의원 '찍어내기'로 인해 수도권 판세가 요동치는 것만 봐도 수도권에서는 유 의원을 공천의 '희생자'로 보는 유권자가 상당하다.
그는 정치권에 입문한 후 여의도연구소장, 당 대표 비서실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치긴 했지만 지역적 기반은 '여당 텃밭'인 대구 동구을에 한정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를 통해 '대구 중진의원'의 타이틀을 벗고 전국적인 정치지도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커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