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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팀, 실망스런 경기력 '간절함이 없었다'

입력 2013-03-07 07:02 수정 2013-03-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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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팀, 실망스런 경기력 '간절함이 없었다'


지난 5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를 마친 대만 투수 양야오쉰의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왜 울었는가"라고 하자 그는 "우리가 2라운드로 가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대만을 이기고도 탈락한 한국엔 이런 간절함이 부족했다.

한국 대표팀이 이번 WBC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2일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부터 그랬다. 1회부터 수비 실책 2개가 나와 흐름을 내주더니 경기 중·후반에도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 2개를 저질러 자멸했다. 실책 4개의 결과는 0-5 충격패로 나타났다. 5일 대만과 경기에선 3루와 홈에서 아웃된 정근우의 두 차례 주루 플레이가 찬물을 끼얹었다. 중견수 전준우가 공을 더듬어 선제점을 내주는 등 수비 구멍도 여전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13년 동안 대만 대표팀 경기를 취재했다는 국제야구연맹(IBAF)의 한 특파원은 "모두가 한국을 B조 최강이라고 보고 대만과 네덜란드 중 누가 2위를 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은 첫 경기부터 이미 2라운드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韓 대표팀, 실망스런 경기력 '간절함이 없었다'


대표팀의 해이해진 분위기는 대회 전 평가전 때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27일 대만 군인 올스타팀에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선수가 범타로 아웃돼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몇몇 동료는 히죽거리며 그를 맞이했다. 상대를 우습게 보거나 경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만큼 선수들은 나사가 하나씩 풀려 있는 모습이었다.

"태극마크를 달면 없던 힘도 나온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대만전에서 몇몇 한국 선수들은 내야 땅볼을 치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1루로 달려갔다. 모든 선수가 죽기살기로 1루로 내달려 내야안타를 3개나 만든 대만 선수들에 비해 투지가 한참 부족했다. 한국 선수들은 탈락에 몰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렸다. 대만전을 보면 오히려 한국이 2라운드 진출의 유리한 위치에 선 팀 같았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구성부터 삐걱거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 병역 혜택 등 당근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아 뽑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리 없었다. 근성과 팀워크 실종엔 이런 요소도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느슨하고 무기력한 플레이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일단 뽑혔으면 정성을 다하는 것이 국가대표의 기본 자세다.

대만의 2라운드 진출을 이끌어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양다이강은 "우리는 감독과 코치, 선수 전원이 협력했다. 누구도 이기적이지 않았고 영웅이 되려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슴 속에 품고 함께 노력했다"고 말했다.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던 한국 대표팀이 새겨들을 만한 말이었다.

타이중(대만)=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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