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쓴 황동혁 감독이 백상도 정복했다.
지난 5월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오징어 게임'), 연출상, 예술상(정재일/ 음악)을 수상하며, 황동혁 감독은 백상 참석자 가운데 가장 많이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그러면서도 "상을 기대하지 못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오징어 게임' 그리고 황동혁 감독의 수상을 예측했다. 이미 전 세계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았기 때문. 앞서 '오징어 게임'은 압도적인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제치고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메인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TV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이정재)·남우조연상(오영수)에 올라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미국배우조합상에서는 남녀연기상(이정재·정호연)을 수상했다. 피플스초이스어워즈에선 '올해의 정주행 쇼'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뿐 아니라, 황동혁 감독 또한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선수 등과 함께 한국언론인협회가뽑은 '제20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을 수상했다. 성악가 조수미 등과 함께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한국이미지상'도 받았다.
더 써내려갈 새 기록이 남았을까. 아직 '오징어 게임'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은 곧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동시에 시즌 2의 각본도 집필하고 있다. 백상에서의 만남 한 달 후 마주한 황동혁 감독은 바쁜 근황을 전하면서, "이정재는 새로운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 "해외에 계신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잖아요. 교포나 주재원, 그곳에서 일하시는 이들이나 문화원에 계신 이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해줘요. '이 작품이 나오고 나서 일하기가 정말 좋아졌다'라고요. 현지인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면서 대화를 시작한대요. 한국의 전반적인 모든 것에 호의적인 태도로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게 정말 문화의 힘이구나'를 느꼈어요. 한 나라의 문화를 친근하게 만들고, 흥미가 생기게 만들고, 호기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감사 인사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감독님도 놀라운 일들을 많이 겪었을 것 같아요. "재미있고 놀라운 일들이 참 많았죠.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저한테까지도 팬들이 호텔 앞에서 기다렸다 사인을 받는 일들이 있었죠. 그리고 미국에 들어가기가 좀 쉬워졌어요.(웃음) 이미그레이션에서 '뭐하러 왔냐'고 물어보면 ''오징어 게임' 홍보하러 왔다'고 답해요. 그럼 갑자기 친근하게 대해주더라고요. '시즌 2 언제 나오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어요. 미국 이미그레이션에서 이렇게 기분 좋게 들어간 일이 이전에는 거의 없어서. 하하하. (이)정재씨와 (정)호연씨 같은 경우엔 공항 직원들이 와서 '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더라고요."
-그럼 가장 '어메이징' 했던 추억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자면,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당신의 뇌를 훔치고 싶다'고 말한 일 같은 것이요.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던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 사람들은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자랐잖아요. '인디아나 존스'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할리우드 영화의 아이콘 같은 사람이죠. 저도 당연히 누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물으면 그를 첫 번째로 꼽았어요. 정말 천재라고 생각해요. 그랬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을 할리우드에서 만난 것이잖아요.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영어를 제대로 들었다면, '당신의 뇌를 훔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상황이었죠. 거기에 '당신을 보며 영화감독을 꿈꿨고, 당신처럼 되고 싶었고, 우상이었다. 나에겐 아이돌 같은 감독님이다. 당신 영화를 보고 자랐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이젠 내가 너의 작품을 보며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메릴 스트립 옆에서!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을 기점으로 'K-콘텐트'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있어요. 감독님은 K-콘텐트의 정의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젠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 K-콘텐트'라는 정의를 넘어서고 있잖아요. 일본 감독님(고레에다 히로카즈)이 한국 사람들과 한국의 이야기를 영화('브로커')로 만들기도 하죠. 한국의 탤런트와 원작들을 모두 포함해서, 한국의 정서와 사회상을 담은 한국의 이야기가 바로 K-콘텐트가 아닐까요."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촬영하면서도 정재 배우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했어요. 같이 일하는 배우의 리액션으로 격려와 힘을 받을 만큼 이 작품을 좋아해 줬어요. 그만큼 열심히 해줬고요. 같이 으쌰으쌰 하며 만들어온 동지의 세월이 있죠. 잘 되고 나서도 함께 겪었던 놀라운 일들이 있었어요. 서로 감사하고 응원하는 사이가 됐죠."
-영화감독으로 첫발을 디딘 이정재 배우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하하하. 아직 작품(이정재의 첫 연출 영화인 '헌트')을 보지 못해서요. 연출을 하는 배우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들 모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연출)만 하기에도 너무 벅차요. 근데 주연 배우와 감독을 동시에 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압박이 올 것 같아요. 연기와 연출은 완전히 다른 일이거든요. 연기는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내서 표출하는 일이고, 연출은 남이 하는 걸 다듬는 일이에요. 이렇게 다른 일을 어쩜 이렇게까지 잘하는지, 대단해요. 조언이 아니라, 칭찬과 엄청난 존경의 마음을 주고 싶어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이 하고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시즌 2에서는 넷플릭스의 대우가 좋아졌겠죠. 사실 '시즌 2에서 감독님의 연출료가 얼마라더라'란 다양한 버전의 소문이 워낙 많은데요."별의별 소문이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하하하.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정말 그렇게 받아요?' 라면서 슬쩍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그렇죠. 이렇게 시즌 1이 세계적으로 잘 됐는데, 다음 시즌에서 처우가 어떻게 똑같겠어요. 당연히 시즌 1보다 많은 제작비와 연출료가 이야기되고 있어요. 시즌 1보다는 많습니다. 하하하. 모든 계약상 내용은 법적으로 비밀이에요. 사적으로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에요."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