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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입력 2019-04-11 18:09 수정 2019-04-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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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헌법재판소가 오늘(11일) 낙태죄를 처벌하는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헌여부를 처음 판단했던 7년 전과는 다른 결정이 나온 것인데요. 재판부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등 위헌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현행법은 내년까지만 유효하고 그 전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내용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 JTBC 드라마 '미스티'

자신의 욕망을 좇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고혜란 씨.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직업인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절실함을 보여줬지만 현행법상 고씨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에 처해집니다.

▶ JTBC 드라마 '언터처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아이를 가졌지만 헤어진 구자경 씨.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두려워 임신중절수술을 받습니다. 미혼모의 현실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크지만 역시나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에 처해집니다. 수술을 한 의사도 징역 2년 이하라는 더 큰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의 아빠였던 전 남자친구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빌려 설명해 드렸지만 이들이 처벌을 받는 이유는 바로 낙태죄가 있어서죠. 우리 형법은 제27장 '낙태의 죄'라는 이름으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요. 269조는 낙태 당사자 등을 270조는 도운 의료인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낙태죄를 두고 선 찬반 논쟁이 뜨거웠죠. "태아도 별개의 생명체다.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측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 원치 않는 임신 부담을 여성에게 부과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은 태아의 생명권 존중이 우선이었습니다. 2012년 헌재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낙태죄를 합헌으로 판단했는데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고 불가피한 낙태는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오늘, 헌재의 두번째 판단은 달랐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이라고 손을 들었습니다. 오늘 헌법 재판관들은 합헌 2, 위헌 3, 헌법불합치 4의 의견으로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명의 정족수가 필요한데요. 헌법불합치는 위헌과 취지가 같기 때문에 7대 2의 의견으로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헌재는 현재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임신한 여성들은 임신을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정도를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기간은 입법부가 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내년 말까지 법을 고치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오늘 결론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지난 7년 사이 국민 여론은 낙태죄 폐지 방향으로 기울었습니다. 헌재 구성도 바뀌었는데요. 2012년 처음 판단했던 재판관들은 모두 임기가 끝났고 현재는 대거 진보 성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추천했던 중도보수 성향의 이영진 재판관도 앞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처럼 오늘 헌법불합치로 판단했습니다.

[이영진/헌법재판관 (지난해 9월 11일 / 헌법재판관 후보 청문회) : 여성의 자기결정권, 또 태아의 생명권 보장이 충돌한 경우가 바로 그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입법정책적으로, 또 외국의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이런 법도 있던데 그런 것을 참조하셔서 입법정책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모아서 결정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헌재 결정이 나온 만큼 국회에서는 후속 입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온 정의당은 형법상 낙태죄를 삭제하고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경우를 대폭 넓힌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 여성의 임신중절을 더 이상 범죄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역할은 더 이상 여성의 몸을 통제하여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부터
해나가야 합니다.]

향후 국회에서는 여러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헌재가 주문한 낙태 허용 시한 등이 담긴 입법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여전히 상반된 견해들이 있는 만큼 진통도 예상됩니다. 특히 그동안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낙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지난달 20일) :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출산율이고, 문제는 이게 계속 출산율이 줄어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생명 운동인데 이것들이 정말 존중되고 그래서 이제 정상적인 출산율도 유지가 되고…]

출산율을 유지하기 위해 낙태죄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같은 주장은 국가가 낙태죄를 통해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도구로 보고 통제해 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오늘 위헌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같은 인식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제 정리하겠습니다. < 헌재 "낙태죄 헌법 불합치"…"여성, 임신 유지여부 결정권 있어"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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