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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흑과 백… 저널리즘'

입력 2019-10-22 21:47 수정 2019-10-2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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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호주의 거의 모든 언론사는 어제(21일)자 신문 1면을 온통 먹칠로 채웠습니다.

지면 하단에는 "정부가 당신에게 진실을 가릴 때, 그들이 숨기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지요.

정부 당국이 언론에게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언론인을 탄압했다는 것에 항의하는 취지였습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그 신문들…

정부와 언론은 필연적으로 대척점에 있다는 오랜 경구는 그렇게 어둑어둑한 뉴스로 또다시 증명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때의 신문지면은 반대로 하얬습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1974년의 겨울을 관통했던 그 상황은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으로 그 신문에 광고가 끊겼던 7개월을 말합니다.

시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어서 응원광고를 싣는 것으로 저항했던 그 또한 어둑어둑했던 시대…

반세기 가까운 시간들을 지나서 유신시대의 한국 사회와 21세기의 선진국 호주를 연결하는 것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이제 가까운 미래에 매우 부차적인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왜냐하면 우리는 또 다른 고민의 출발선을 이미 떠났기 때문이죠.

덩치 큰 매스 미디어뿐만 아니라 1인 유튜브 방송까지 여기에 가세하여 각자의 뉴스를 생산하는 시대…

제각기 다른 요구를 가진 소비자가, 제각기 다른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세상.

언론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과거로부터 국가뿐 아니라 시민사회이기도 했고, 그 시민사회가 각자의 미디어로 무장을 시작한 이래 기존의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는 그 권위가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지난주 앵커브리핑에서 이미 고백한 바 있습니다.

어느 신문기자의 표현을 빌자면 전통적 의미의 '기자다움'보다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내 편다움'이 더 환영받는 시대에 이른바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기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것은 사실과 진실이라면…

그 사실과 진실은 누구에 의해서 평가받고 증명돼야 하는가…

어제 먹칠한 신문 1면을 발행한 먼 나라 언론의 마음.

오래전 백지광고로 권력과 맞서던 언론의 마음.

그리고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금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응원광고를 내줄 것인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솔직한 예측.

왜냐하면 사람들에겐 이미 각자의 진실이 존재하는 유튜브가 있기 때문에…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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