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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자신의 뺨 10대씩"…텔레마케터의 눈물

입력 2014-02-17 08:37 수정 2014-02-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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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화로 영업을 하는 텔레마케터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들에 대한 폭행 장면 영상이 입수됐습니다. 매출이 부진하다고 팀장이 여성 직원들을 무차별 폭행한건데요.

오늘(17일) 긴급출동에서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입니다.

한 여성이 직원들에게 스스로 뺨을 때리라고 말합니다.

[자, 뺨 때리기 10대씩 때려.]

그러자 직원들은 구호와 함께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며 더 강하게 때리라는 주문이 들려옵니다.

[너 때려.]

지목 당한 여성은 점점 더 세게 뺨을 때립니다.

그때 명령을 하던 사람이 직접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가 때려줄게.]

맞을 때마다 구타의 충격으로 온 몸이 휘청거리지만

[똑바로 서!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습니다.

취재진은 영상 속에서 매를 맞던 여성을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30대와 40대 여성 네 명이었습니다.

폭행 사실에 대해 묻자 처음엔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합니다.

[권모 씨/폭행 피해자 : 과연 우리가 맞은 것에 대해 불쌍하다고 해줄까. 오히려 나를 바보로 보지 않을까.]

여성들은 전화로 영업을 하는 텔레마케팅 일을 했다고 합니다.

영상 속에서 때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팀장이라 말합니다.

[박모 씨/폭행 피해자 : 이 영상은 팀장이 절 때린 것의 100분의 1도 안돼요. 방망이로 진짜 사람을 미친 듯이 때리고 사람을 저기서 저기까지 사람 머리를 다 흐트러질 정도로 쓰러질 정도로.]

폭행의 이유는 실적이었습니다.

[권모 씨/폭행 피해자 : 영상이 다 그거예요. 매출 없으니까 때려. 진짜 그거예요.]

취재진이 입수한 또다른 영상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선 여성이 다급하게 우산을 찾습니다.

['0'이잖아. 우산 가져와. 우산. 빨리. 우산 없어?]

팀장은 우산을 쥐고 사정없이 여성들의 얼굴과 머리를 때립니다.

이유는 매출 부진 때문이었습니다.

[팀 매출이 '0'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사람 취급을 안받아야지만 서로가. 서로가.]

폭행이 끝나자 여성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수화기를 듭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전화 드린 곳은.]

팀장은 어떤 입장일까.

취재진은 팀장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팀장은 오히려 팀원들로부터 폭행 합의금에 대해 공갈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김모 씨/팀장 : 그분들이 공갈을 하셨어요. 저한테. 명예훼손이 아니고. 그분들이 공갈하고 그런 걸로 제가 고소를 한 상태거든요.]

하지만 폭행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김모 씨/팀장 : (팀장님께서 폭력을 가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건 사실인가요?) 그것은 만나뵙고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데.]

팀장의 담당 변호사와 접촉하자 "사법기관에서 판단할 것이므로 반론할 게 없다"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취재진은 폭행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을 했지만 팀장과 변호인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현재 팀장은 폭행 피해자들을 명예훼손과 공갈 협박으로 맞고소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매를 맞은 여성들은 억울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권모 씨/폭행 피해자 : 대질 때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했다는 게 설마 쇼겠냐 생각했지만, 그걸 가지고 그렇게 이용했다는 건 어차피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회사는 이들에게 벌어진 가혹 행위를 몰랐던 걸까?

회사 측은 이 사건이 소송으로 번지면서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됐고 그때서야 사내 폭행을 알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본부장 : 아쉽고 안타깝고 그래서. (폭력을) 알고 무마했다면 벌을 받을 수 있을텐데 진짜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태였고.]

하지만, 지난해 6월 팀장의 폭행으로 해당 여직원이 회사를 무단 결근한 뒤 본부장과 통화한 내용은 다릅니다.

[요즘도 때려? (무슨 요즘도 때려에요. 계속 때렸는데.) 그 전에는 때린 걸 아는데. 요즘에는 안 하는 걸로 알았는데.]

폭행 피해 여성들은 버티다 버티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면서 지난해 6월 회사를 나왔습니다.

[이모 씨/폭행 피해자 : 저희가 참다 참다 6월 25일에 남들은 그냥 그만뒀다 생각하지만 저희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뛰쳐나온 거예요.]

이들은 아직도 악몽에 시달립니다.

[이모 씨/폭행 피해자 : 그 사람이 나한테 했던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까 그게 계속 불면증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텔레마케터들에 대한 가혹한 폭행 장면을 둘러싸고 직원들과 팀장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진실은 수사기관과 법정을 통해 가려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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