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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4회] 왜곡된 보고서에 두 번 우는 우면산 유족들

입력 2014-08-1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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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돈으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면산 산사태 유족들에게 돌아온 보상금을 보면 더욱 답답해집니다. 유족들은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씩을 받았습니다. 바로 120년만의 폭우로 발생한 천재였다 라는 보고서 내용이 사람의 목숨을 이처럼 헐값으로 만든겁니다. 유족들에게 지난 3년은 슬픔에서 분노로 다시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눈물이 메마르지 않은 유족들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사태가 발생하고 이미 두 번의 장마가 지나가고 또다시 여름이 찾아온 우면산.

지나간 시간만큼, 기억이 희미해 졌을 법도 하지만, 우면산 산사태 유족들에겐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간 그날 여름에 멈췄습니다.

[이혜경/유가족 : 2011년 7월 27일 7시 40분에 저희들의 기억이 멈췄어요.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거. 늘 아버지를 그리워할 수 없지만 문득문득 떠오를 때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거.]

산사태로 반쯤 부서진 집을 고치고, 다시 들어가 살고 있는 이혜경 씨.

[이혜경/유가족 : 차량이 9대 정도가 완전히 저희 집을 덮친 거죠.]

차에 치여 의식을 잃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혜경/유가족 : 119가 불통이었거든요. 남편이랑 저는 아버지를 살려보겠다고 인공호흡도 해보고 아버지를 살려보겠다고 몇 시간을 사투를 벌였는지. 의식이 없으셨고 집으로 모시고 들어가서 아버지 몸에 진흙을 닦아 드리면서 그 때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대요.]

택시기사 함창수 씨도 산사태가 났던 그 날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함창수/유가족 : 우면산에 산 지가 35년이 됐어요. (오래 사셨네요.) 그러다가 3년 전에 생각지도 않게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거죠.]

올해 일흔살이지만 아직도 운전대를 놓지 못합니다

[함창수/유가족 : 이거 해가지고 집도 장만하고 애들 교육도 시키고.]

반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을 산사태로 잃으면서 생계까지 막막해졌습니다.

[함창수/유가족 : 원망스럽지. 원망스럽고 말고. 그거 이루 말하면 뭘해. 사고가 안 났으면, 집 있겠다. 일 열심히 하면 돈 있겠다. 뭐가 걱정을 하겠어요. 걱정 없지.]

사고 당일 아침, 토사에 쓸려 내려가다 나무에 걸려 살아남은 함씨.

하지만 무너져 내린 집 안에서 부인은 찾지 못하고, 손녀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함창수/유가족 : 그러니까 애도 손녀딸도 문이 다 망가져서 물이 차오르니까,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창문을 뚫고 애도 꺼내고.]

지옥 같은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부인을 발견한 함씨.

[함창수/유가족 : 이렇게 드러누워서 손만 나와 있어요 한쪽만. 요만치만. 흙 속에 파묻혀서. 파보니까 형편 없지 뭐. 그냥 아주 다 찢어놓은 거 같애.]

하루 아침에 일어난 집과 가족을 잃었지만 함씨와 어린 손녀가 받은 보상금은 수재의연금 500만 원과 병원비 3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함창수/유가족 : 이 무릎이 이게 돌에 찍혀가지고 돌에 찍혀서 그렇게 됐어요. 여기도. 돌에 찍힌. 한 달 병원비가 30만 원 갖고 되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함씨의 한숨은 늘어만 갑니다.

[함창수/유가족 : 막막하죠. 처음에 1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도 몰라. 요즘도 어떨 땐 꿈에 시달리다 잠 깨고 그래요. 산사태 나면서 떠내려가는 꿈, 나무가 떠내려 오는 꿈. 깜짝 놀라서 일어나보고 그러죠.]

우면산 산사태로 숨진 피해자들은 대부분 함씨처럼 정부에서 받은 건 특별재난기금으로 받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전부입니다.

병원비와 장례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란 금액, 하지만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로 규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김주덕/변호사 :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천재라고 인정이 되면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렇게 정리 할 수 있어요. 천재라고 하면 서울시는 전혀 배상 책임이 없어요.]

정작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금보다 진실 규명이지만 그것 역시 너무 멀기만 합니다.

아들을 잃고 강원도 외딴 곳으로 떠난 임방춘 씨.

[임방춘/유가족 : 돌아서다가 돌아서는 순간에 상수리 나무가 애를 덮쳤어. 즉사한 거지. 서울에서 지낸다는 것이 굉장히 괴로워요. 자꾸 애 생각이 나고. 사람들이 3년 지나면 잊을 수 있을 거다, 하는데 3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못 잊어. 잊을 수가 없어요.]

한 때 유족 대표로 시장을 만나 하소연도 해보고,

[임방춘/유가족 : 돌아오지 않는 가족이지만 잃은 가족에 대한 죽음의 의미를 살리는 길은 천만 시민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제대로 진실 규명해서 대책이 나오고 그렇게 해야 천만 시민들이 유사한 사건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느냐? 그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원순/서울시장 : 학회니까 자기들이 못 고치겠다는 거 우리가 강제할 순 없는 것이어서….]

직접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교수를 만나 의견서도 받았지만,

[임방춘/유가족 : 8월 말경에 연구실을 찾아 갔어요. '교수님 양심선언 하십시오'라는 차원에서 얘기를 한 거야. 아침 출근하는 사람 붙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가지고 7시에 들어가서 오후 5시에 그거 받아냈어. 계속 기다렸지. 그러니까 이 사람이 써 주더라고.]

하지만 자신이 받아낸 의견서는 정작 짜집기 보고서에 별첨자료에 불과했습니다.

[임방춘/유가족 : 서울시한테 공문을 보냈어. 당신 받았지? 받았습니다. 토목학회 보내. 이 근거로 토목학회 보고서 받고, 내가. 그랬더니 보고서는 못 바꾸고, 그 의견서를 보고서에 첨부로 넣어 주겠대. 보고서를 그냥 넣는 거 있잖아, 첨부 자료로.]

산사태로 남편을 잃은 김일영 씨는 아직도 남편의 빈자리가 낯섭니다.

[김모씨/유가족 : 우린 많이 싸웠어요. 보통 부부들처럼. 그런데 이제 말을 건넬 사람도 없으니까.]

김씨 남편은 출근길에 산사태로 쏟아져 나온 토사가 자동차를 덮치면서 매몰돼 숨졌습니다.

[김모씨/유가족 : 심지어 서초구청에서는 대책마련 해달라고 했을 때도 서초구민 아니잖아요 이렇게 대하고 너무 서러운 게 많았죠.]

지난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김모씨/유가족 : 박원순 시장 바짓가랑이 잡고 애원했어요. 비가 오면 무조건 다 천재지변으로 몰고 간다는 거죠.]

천재라는 이유로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모씨/유가족 : 정말 억울한 얘기가 뭐냐면 우리가 27일날 사고 났죠 그런데 28일 5시에 유족들 모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갔어요. 갔더니 구청장은 안 나왔어요 코빼기도 안 보였어요 면담도 없었습니다 사과 없었구요 공식적으로.]

김 씨 역시 특별재난기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게 전부이지만, 김씨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입니다.

[김모씨/유가족 : 주변의 시선은 강남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사람들인데 이렇게 대하니까. 강남구 잘 사는 동네 아니에요? 아닙니다. 일일이 잡고 설명들을 해 드렸어요.]

그리움과, 분노, 슬픔으로 3년이란 세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김모씨/유가족 : 어떤 유족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죽어서 밝힐 수만 있다면 죽어서라고 밝히고 싶다. 1인 시위도 아무 소용 없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끝인가. 너무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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