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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 데뷔…직설화법 피했지만 '기승전-정권교체'

입력 2021-06-29 16:08 수정 2021-06-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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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인 데뷔 무대가 공개됐습니다.

오늘(29일)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윤 전 총장이 발표한 '국민 여러분들께 드리는 말씀'에는 '정치인 윤석열'이 앞으로 그릴 비전과 방향성이 제시가 됐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A4용지 9장짜리 입장문에서만 따져본 키워드는 이렇습니다.

정권교체 8번, 공정 9번, 자유민주주의 8번, 자유 13번, 법치 8번, 분노 7번, 상식 7번, 정의 4번…

법조인이자 검찰총장으로서 평소 강조하던 가치에, '정권 교체'와 '분노' 같은 정치적 언어가 포함됐습니다.

목소리 높인 “정권 교체”

현 정부를 겨냥한 발언의 수위는 높았습니다.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꺼낸 말들입니다.

악화한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만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자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꼭 윤석열이 되어야 하는지, 지지율이 떨어져도 정치에 이바지할 것인지” 묻자 “그대로 답을 하다가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며 답변에 웃음을 섞기도 했습니다.

그는 “저 아니면 절대 아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제가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응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고, 이 자리에 선 이상 그런 것(지지율)에 관계없이 나라가 정상화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 도중 웃음짓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 도중 웃음짓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X파일, 장모 논란엔 "무제한 검증"

윤 전 총장 본인 입으로 X파일 논란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 상황.

윤 전 총장은 “검사로서 재직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며 “어떤 위치에 있든 수사와 기소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저는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서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검증은 어떤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아”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한 질문엔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 일류 역사를 보더라도 자유가 보장된 도시는 번영을 이뤘다”며 “자유라는 것이 내 자유만이 중요한 것이라 다른 시민들의 자유도 함께 중요하고, 그러한 연대와 책임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 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했습니다.

또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하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입당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결국에는 국민의힘과 함께 갈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보수·진보·중도라는 말은 별로 쓰고 싶지 않지만, 지성과 상식을 갖고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의할 것"이라며 "그 안에 진보도 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현재로선 국민의힘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자를 모으겠다는데 더 무게가 실린 셈입니다.

이날 정진석·권성동·이종배·유상범 의원 등 현직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기자회견 시작 전에 윤 전 총장을 만나 인사와 격려를 나눴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전직 대통령 사면론엔 “어느 정도 공감”

껄끄러운 질문 중 하나로 꼽혔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주장에 대해선, 비교적 선명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윤 전 총장은 “사면 문제는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의 민심을 살펴서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다만, 잠시 침묵 끝에 “연세도 있고, 여자분이시니 두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 역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선 “형기의 상당 부분을 병가를 했기 때문에 가석방 문제가 논의되는 것 같고, 그건 절차에 따라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최재형 평가엔 말 아껴


경쟁자에 대한 평가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과거 만남에서 느낀 인상은 짧게 전했습니다.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선 “24년 전 성남지청 근무할 때 법정에서 자주 뵈었다.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변론도 잘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습니다.

야권의 경쟁자로 꼽히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모르지만,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 예방을 가서 뵌 게 한번”이라며 “굉장히 자상하게 손수 커피를 갈아서 타주신 것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굉장히 온화하고 법관으로서 기품있는 분으로 인상 받았다”면서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은 질의응답 말미에 “국민에게 혼선을 주거나 불안감을 갖게는 절대 안 할 테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자들에겐 “직답은 못 하겠지만 이해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첫 데뷔전에 검찰총장 시절 보여줬던 '직설화법' 만큼 시원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는 평가, '초보 정치인'으로서 어느 정도 비전과 입장을 설명했다는 평가가 교차합니다. '대선주자 윤석열'은 이제 본격 시험 무대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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