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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선별적 아동복지'의 역설

입력 2019-06-05 21:38 수정 2019-08-07 10:49

"가난하고 부족한 아이"…'낙인'찍는 아동복지
"소득 기준 없애달라"…지역아동센터,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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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부족한 아이"…'낙인'찍는 아동복지
"소득 기준 없애달라"…지역아동센터, 헌법소원


[안명희/제주도 지역아동센터연합회 회장 : 지역아동센터를 다닌다라고 말하면 일단 가난하구나. 또는 엄마나 아빠가 없겠구나. 그래서 뭔가 좀 부족한 아이겠구나…]

[앵커]

학교를 마친 동네 아이들이 부모님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머물다 가는 지역아동센터. 원래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지난 2009년, 정부가 "취약계층부터 우선 돌보겠다"며 소득에 따라서 이용 자격을 제한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그 후 10년 만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 기준을 폐지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공부방에 다닌다고 차별, 낙인을 받지 않는 자유를 얻고 싶다"
- 이○○ (지역아동센터 학생)

이렇게 다니고 있는 아이는 "가난하다"는 낙인이 찍히고, 정작 필요한 아이는 가난을 증명하지 못해서 도움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을 배양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초등학교 6학년 소연이(가명)는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에 옵니다.

마당에서 줄넘기와 농구를 하고 뮤지컬 공연도 보러 갑니다.

[김소연(가명)/지역아동센터 이용 학생 : 공부하고 놀고. 모르는 문제도 바로바로 풀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이곳에 학교 친구와 같이 온 적은 없습니다.

[김소연(가명)/지역아동센터 이용 학생 : 제가 여기 다니는 거 알면 친구들이 안 놀아줄까 봐.]

지역아동센터는 동네 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공부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이용 자격을 저소득층 아이로 제한했습니다.

취약계층부터 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아이들은 센터에 다닌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합니다.

[이규리/헌법소원 참여 학생 : 안 다니는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보는 게 거기 약간 불우한 아이들 다니는 데 아니냐…]

돌봄이 필요한데도 가난을 증명하지 못해 센터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계속 돌보려다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최성진/지역아동센터 전국연합회 정책위원장 : 소득 기준, 가구 기준, 연령 기준 이런 부분들이 규제가 심해서 지금은 지역아동센터 간판을 내리고…]

올해 들어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다함께 돌봄' 센터가 새로 생겼습니다.

이미 생겨버린 차별과 낙인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지역아동센터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오늘(5일) 이용아동 선정기준을 폐지해달란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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