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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축구 새 역사 쓰인 날'… 정우영은 '확실한 미래'다

입력 2018-11-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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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뮌헨과 SL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서 토마스 뮐러 대신 교체 투입된 정우영

2018년 11월 28일.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가' 바이에른 뮌헨(뮌헨)은 28일 뮌헨의 푸스볼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E조 5차전 SL 벤피카(포르투갈)와 경기에서 5-1으로 대승을 거뒀다. 뮌헨의 슈퍼스타들이 모두 골을 신고했다. 아르연 로번이 2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2골을 넣었고 프랑크 리베리가 1골을 보탰다. 이번 승리로 뮌헨은 4승1무, 승점 13점으로 조 1위를 질주했다. 남은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됐다. 뮌헨의 19세 윙포워드 정우영이 1군 데뷔전을 가진 것이다. 정우영은 팀이 5-1로 앞서던 후반 36분 토마스 뮐러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정우영은 10분가량 활약하며 대승을 함께했다.

정우영이 활약한 10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정우영은 인천 대건고 출신으로 2018년 1월 뮌헨 U-19팀에 합류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슈를 불러일으킨 것에 끝나지 않았다. 정우영은 묵묵히 경쟁력으로 증명했다. 뮌헨 U-19팀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두각을 드러냈고, 7월 2군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작렬했다. 이런 활약은 짧은 시간 안에 그를 뮌헨 1군 스쿼드에 이름을 올리는 동력이 됐다. 그리고 드디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정우영이 뮌헨 내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기대감을 받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정우영은 이날 10분간 활약하며 1군 데뷔전을 마쳤다.

게다가 그에게 1군 데뷔전의 기회를 준 팀이 '뮌헨'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고의 팀이자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꼽힌다. 한마디로 전 세계 최고의 구단이다. 현존하는 최강팀 3개 팀을 '레바뮌'이라고 부른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뮌헨을 뜻한다. 세계 축구를 지배했고,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3개 팀이다. 모든 축구선수들이 꿈꾸는 빅클럽이다.

정우영의 1군 데뷔는 뮌헨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아무나 인정받을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최강의 팀이다. 인정받을 만한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냉정한 곳이다. 뮌헨처럼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정확한 평가를 하는 팀도 없다. 이런 뮌헨에서 정우영은 당당히 기회를 받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줄곧 1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1군 데뷔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증명했기에 데뷔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뮌헨에서 인정받은 것 자체만으로 정우영의 미래는 밝다. 현존하는 최강의 3개 팀 '레바뮌' 1군에서 데뷔한 것은 한국 축구 역사상 정우영이 '처음'이다. 실로 대단한 행보다. 누리꾼들은 "'레바뮌'에서 경기에 뛰는 한국 선수를 보는 날이 오다니!"라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가 대단한 또 다른 이유. 첫 번째 기회가 '별들의 무대'인 UCL에서 있었다는 점이다. UCL은 유럽 최고의 대회다. 유럽리그 최강팀들이 경쟁하는 무대다. 이 역시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기회가 아니다. 선택된 자들, 그것도 강팀에 속해 있어야만 꿈의 무대 잔디를 밟을 수 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했지만 그중에서도 9명에게만 허락됐다. 설기현·송종국·이천수·박지성·이영표·박주호·박주영·손흥민에 이어 정우영이 9번째로 UCL 출전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1군 데뷔전이 UCL이었다는 것은 정우영을 향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정우영이 새롭게 쓴 역사는 또 있다.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 UCL 데뷔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손흥민의 21세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소속이었던 201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상대로 UCL 데뷔전을 치렀다. 정우영은 손흥민보다 약 2년 빠른 걸음을 걸었다.

지난 24일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와의 경기에서 벤치 명단에 포함된 정우영. 앞으로 또 언제 뛸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1군 데뷔전에 나선 10분. 짧은 시간이다. 팀이 5-1로 앞서며 승리가 확정적 상황에서 출전 기회를 받았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등 강렬한 활약은 없었다. 냉정하게 뮌헨의 주전 경쟁에서 당장 우위를 점할 수도 없다. 주전 경쟁의 길은 앞으로 더욱 험난할 것이 당연하다. 앞으로 또 언제 1군 경기에서 뛸 수 있을지 확실한 기약도 없다.

그렇지만 이 10분은 희망으로 연결된다. 그는 뮌헨의 희망을 대표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정우영은 뮌헨이 인정한 '신성'이다. 뮌헨이 잠재력을 확신하고 키우려는 유망주다. 뮌헨이 정우영에게 UCL이라는 가장 큰 무대의 경험을 선물하기 위함이다. 더 큰 선수로 발전하기 위한 계단을 제공한 것이다. 이렇게 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면 UCL이라는 기회는 절대 제공되지 않는다. 다른 팀도 아니고 뮌헨이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믿고 기다려 주면 된다.

정우영의 10분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19세. 앞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정우영이 할 수 있고, 해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내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시작으로 2020 도쿄올림픽, 2022 카타르월드컵 등 한국 축구 연령별 대표팀은 정우영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우영은 한국 축구의 희망을 밝히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그는 한국 축구의 '확실한 미래'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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