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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당사자 없는 '술자리 음담패설' 문제 없나?

입력 2017-08-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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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의 성적 모욕 발언은 문제가 없을까, 오늘(10일) 팩트체크 주제입니다. 이 사진은 모 대학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입니다. 남학생들이 자기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여학생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표현들을 써왔습니다. 가담 학생이 21명, 기간이 11개월. 최근 몇 년 사이에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일어났죠. 이런 일들을 술자리 농담이나 비밀대화 정도로 봐도 되는 건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짚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피해 학생들은 지금 성폭력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호소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희롱이다, 성희롱을 당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게 법률적으로는 좀 다릅니다. 법적으로는 이런 유형의 사건이 성희롱에 해당되지가 않습니다.

성희롱은 업무나 고용관계에서 직위를 이용해서 저지르는 경우에 국한되기 때문인데요.

대신 법조인들은 명예훼손 그리고 모욕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라고 해도 인격이 침해될 수 있다라는 건데요.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그렇게 적시하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돼 있고요. 모욕죄도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라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둘 다 공연히라는 표현이 똑같이 들어가는데 공공연하게 알게 된다라는 뜻인 거죠?

[기자]

그렇죠. 많은 사람들에게 퍼진다, 알려진다라는 뜻인데요. 이게 법률적으로는 좀 더 구체화돼 있습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1968년에 대법원의 판례가 이렇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50년가량 일관되게 유지되는 기준인데요.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대학생 17명이 있는 카톡방의 음담패설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학교는 대화 주동자 6명에게만 징계를 내렸고요. 이에 불복한 학생들이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 징계가 문제가 없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이들의 대화가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그런 위험이 있다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외부 유출 가능성이라는 걸 중요한 사유로 판단을 한 건데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다르잖아요. 카톡방이 아니라 술자리였던 거죠.

[기자]

그렇죠. 그런데 카톡방이든 술자리든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법적으로, 법리 적용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공연성이 있느냐 여부인데요. 이 공연성은 말씀드린 대로 불특정 또는 다수가 알게 되는 걸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불특정이라는 건 비밀유지의 의무가 없는 사람. 그러니까 전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얘기하는 거고요.

우리끼리 얘기다 아니면 단 한 명에게 말했다라고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이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이 또는 모욕이 성립이 됩니다.

[서보학/경희대 교수 (형법) : 절대로 외부로 이 발언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없다, 예외적으로 그런 사정이 인정된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공연성이 충족된다…]

반면에 다수의 의미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이미 그 대화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전파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가능성이 이미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20여 명이 있는 카톡방에서 한 여성과 말다툼을 했는데 그 사람이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모욕죄가 선고가 됐는데 대다수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대화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 지켜볼 수 있어서 공연성이 인정이 된 겁니다. 물론 침묵한 사람은 처벌되지가 않았죠.

[앵커]

그런데 이 전파 가능성 그리고 여러 사람, 이런 것들이 사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거라서 좀 애매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그 법이 모호하다라고 해서 2009년에 헌법소원이 제기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렸습니다.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에 의하여 고안될 수 있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판사가 상식과 사회 통념에 따라서 전파의 가능성, 또 다수냐, 소수냐를 판단할 수 있다라는 겁니다.

[앵커]

물론 사안에 따라서 판단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법상으로는 이런 술자리 농담이나 뒷담화 정도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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