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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괴물들이 사는 나라'

입력 2016-05-11 22:36 수정 2016-05-1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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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에 아이들을 초청해 읽어준 그림책의 제목입니다.

작가 모리스 샌닥의 이 작품은 지난 1963년 미국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I'LL EAT YOU UP!) 엄마에게 혼난 아이의 감정이 기존 동화의 문법과는 다르게 묘사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아이의 심리를 그대로 표현해 냈다 하여 결국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작품이 되었지요.

저녁도 굶은 채 방에 갇힌 아이 '맥스'는 상상 속 일탈을 꿈꿉니다.

배를 타고 출렁이는 바다를 지나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가게 되지요.

맥스는 머리엔 뿔이 달리고 무서운 발톱을 가진 괴물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냅니다.

동화는 동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의 세상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잔혹동화라 불리지만 사실은 그것이 세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도 있지요.

그러면 또 다른 잔혹동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그는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막말의 정치인입니다.

그 막말의 원조.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된 미국은 물론 브라질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독재를 미화하고, 이민자를 공격하고, 극우를 앞세운 정당과 정치인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이렇게만 보면 이미 상당부분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극단적 혐오.

인터넷과 SNS에선 서로에 대한 비아냥과 욕설이 폭주합니다. 거리에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이 단돈 2만원에 자신의 존재감을 폭력적 방법으로 표출하는.

사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을 겁니다.

화가 난 마음에 '괴물나라'로 떠난 아이는…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같이 살자' 으름장을 놓는 괴물들을 뒤로한 채 배를 타고… 출렁이는 바다를 지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오지요.

그리고 탁자 위에 놓여있는 따뜻한 저녁식사.

그러나 실제 세상이 잔혹 동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동화적 결론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번 잘못 괴물들의 나라로 건너간다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바라는 결말은 그저 '따뜻한 저녁식사' 이겠지만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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