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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검사 예외 '꼼수'에…뻥 뚫린 미세먼지 대책

입력 2018-12-14 08:55

차량 등록·운행 불일치 '악용'
건설 차량 50만대 넘는데 대부분 미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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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등록·운행 불일치 '악용'
건설 차량 50만대 넘는데 대부분 미검사

[앵커]

정부와 자치단체 한쪽에서는 미세먼지를 어떻게든지, 줄여 보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죠. 노후 경유차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는 조치 등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을 보면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미세먼지 배출 차량 단속에 큰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배출량이 경유차에 비해 최소 10배가 넘는 대부분의 건설 기계는 아예 배출가스 검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안태훈 기자, 먼저 배출가스 검사 예외 지역에 차량을 등록하고 운행은 다른 지역에서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부터 살펴보죠. 시스템이 현재 어떻길래 이처럼 렌터카 업체들이 헛점을 악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자동차 검사는 크게 분류해보면, 정기검사와 종합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합검사 과정에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것인데, 사업용은 출고 2년 뒤 받기 시작해 매년 받아야 하고요.

비사업용은 출고 4년 뒤부터 2년마다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다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양만권 등 4개 권역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 등록된 차량이 그 대상입니다.

대체로 대기오염이 우려되는 곳에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와 같은 취지라면 당연히 운행지를 기준으로 해야 할텐데, 등록지를 기준으로 하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관련 법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관리법과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사이의 '틈'에서 이 문제가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0년 말, 전국자동차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소유자의 주민등록지가 아니어도 전국 어디서든 자동차 등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때부터 배출가스 검사의 대상지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인구 변화를 반영해 대기환경보전법상 대상지를 늘려오기는 했지만 등록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차량을 개인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멀리까지 가서 번호판을 받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그동안은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특히 요즘에 와서 자동차 구입 패턴이 장기렌트나 리스로 바뀌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앵커]

자동차를 구입하는 운전자들의 성향이 최근 얼마나 크게 바뀌고 있습니까?

[기자]

렌터카의 신규등록 대수부터 짚어보면 알 것 같습니다.

2010년 1500여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0만가 넘었습니다.

10년도 채 안 된 기간에 10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자동차 리스금융 규모 역시 같은 기간 2배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주면서 이런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습니다.

실제 제주도는 2011년 현대캐피탈을 유치할 당시 취득세율을 2% 낮췄습니다.

이후 세율을 되돌리기는 했습니다만, 여러 유치 노력으로 올해 제주도의 등록차량 중 30% 정도는 제주 땅을 한번도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남 보성도 28만㎡를 영업용 렌터카 차고지로 확보하는 등, 렌터카 업체 유치에 공을 들였습니다.

[앵커]

운전자들이 차량 등록을 선호하는 지역의 경우는 당연히 세금 수입이 늘어나니까 좋아하겠죠, 반면에 운행만 하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배출가스나 미세먼지를 더 많이 마셔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을텐데 대안은 없습니다.

[기자]

어떻게 보면 대안은 간단합니다. 그러니까 운행지로 검사대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대기환경보전법만 개정해서는 어렵습니다.

준비된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개인 자가용과 장기렌터카의 자동차등록증입니다.

자가용은 소유자의 주소와 사용본거지 모두 서울이지만, 렌터카는 사용 본거지가 '전남 보성군'으로 돼 있습니다.

보성에도 해당 렌터카 업체의 사무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자의 실거주지를 일일이 파악하지 않는 한 주로 운행하는 장소를 파악하기 곤란한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시행령을 개정해 인구기준에는 맞지 않더라도 차량등록대수가 많은 곳을 배출가스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미세먼지가 워낙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니 이제는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 전국 모든 곳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 가지만 더 살펴보죠.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도 지적된 내용입니다. '건설 기계'의 배출가스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건설 기계는 배출가스 검사를 받지 않고 있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큰 문제는 국내에 등록된 전체 건설기계만 50만대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덤프트럭과 레미콘 등 일부만 배출가스 검사를 받고, 나머지는 검사 자체를 받지 않아도 되는 차량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전체의 81%가 이에 해당합니다.

검사를 받는 차량 또한 공회전 상태에서 검사를 받기 때문에 대부분 검사에서 무사히 통과하고 맙니다.

일반 자동차가 실제 주행과 같은 환경에서 배출가스 검사를 받는 것에 비해 허술하게 검사가 이뤄진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환경부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들 건설기계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일반 경유차보다 십수배 이상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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