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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잘려나가는 도심 속 '가로수의 비명'

입력 2016-05-16 21:38 수정 2016-05-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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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 속 가로수는 보기에도 좋고 공기도 맑게 해주죠. 그런데 간판을 가려서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또 재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수원의 한 상가 건물 앞,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가 하나같이 흉물스런 모습입니다.

인근의 다른 가로수와 비교를 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나뭇가지 대부분이 잘려나갔고 일부 나무는 달려있는 잎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나무 토막처럼 가지가 잘려나간 가로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이영식/경기 수원시 영화동 : 미관에 안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지저분하고 그렇잖아요. 왜 잘랐는지를 모르겠네. 나뭇잎 많이 떨어진다고 잘라놨나.]

지난 3월 상가 상인들이 상점 간판을 가린다며 무단으로 가지치기를 한 겁니다.

[양종목/해당 상가 운영회장 : 이걸 잘라달라고 구청에나 시청에 민원을 넣어도 사유지라고 그래가지고 관리를 하나도 안 해주고요.]

상인들의 민원에 못이겨 지자체가 직접 가지를 쳐낸 곳도 많습니다.

경기도 의왕의 한 상가 앞 가로수입니다.

나무 몸통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영업에 방해가 되고, 가을철엔 은행 열매로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시청에서 가지를 자른 겁니다.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철에는 가로수 관련 민원이 더욱 많아집니다.

민원이 반복되는 한 상가를 찾았습니다.

건물 2~3층 높이의 가로수때문에 상점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에 나온 지자체 공무원과 상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 해마다 이렇게 커지니까 얘를 가져갔으면 좋겠어. (일단은 죄송스러워요. 그런데 이 가로수가 없을 수는 없잖아요.)]

[차선식 팀장/경기 수원시청 가로수팀 : 간판이 가린다는 민원과 가을철 같은 경우는 은행 열매의 악취에 대한 부분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지가 건물 등에) 저촉이 되는 경우에는 저희가 바로 가지치기를 해 드리고 있고요.]

재개발 사업을 이유로 기껏 키운 가로수를 모두 베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 수십 그루가 밑동만 남은 채 잘려나갔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지름 20cm가 훌쩍 넘는 굵은 나무들인데요. 얼핏 봐도 20년 이상 자란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개발로 가로수가 심어진 구간까지 도로가 확장되면서 시청이 벌목을 허가한겁니다.

나무를 옮겨 심지 않은 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경기 김포시청 관계자 : (가로수가) 고사될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벌목을 하고) 변상 처리를 하라고 요구를 한 거고요.]

최근 이렇게 버려진 나무들을 한 곳에 이식했다가 다시 활용하는 방안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즐겨찾는 명소인 경기도 하남의 '나무고아원'입니다.

이곳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도심에서 버려진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요. 마치 오래 전부터 있었던 울창한 숲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던 나무들이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훌륭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가로수의 수종 개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 공공재라는 측면을 인식하시는 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단 생각이 들고요. 충분히 (높이가) 높은 수종을 골라 식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특색있는 상점과 울창한 가로수가 어우러진 서울 가로수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로수 덕분에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제대로만 관리한다면, 그리고 조금씩만 서로 배려한다면 제2의, 제3의 가로수길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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