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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입력 2019-03-18 21:37 수정 2019-03-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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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 윤제림 < 재춘이 엄마 >

시인의 눈길을 잡아끌었던 것은 아들의 이름을 자랑스레 내걸고 가게 문을 연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라 불리고 싶은 마음…

그 집 아들 재춘이는 '재춘이네' 조개구이집에서 번 돈으로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니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을 것입니다.

"가져갈 게 없으니 이제 별걸 다 가져가는구나"

아버지는 불평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연기를 하고 싶으니 이름을 달라고 부탁했지요.

아버지 이름을 좀 써도 될까요? 너무 뜬금없었죠. "별걸 다 가져간다. 그래라". 그래서 쓰게 됐어요. 언젠가는 예쁘게 돌려드려야죠.

그들 역시 마주 앉으면 할 말이 군색하여 서로 딴 곳만 바라보던 부자 사이였을 겁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름을 내어주었고 부끄럽지 않은 배우로 살고 싶은 아들의 마음은 이름 안에 오롯이 담겨, 세상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가족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이름 안에는 가족의 생계와 밥벌이를 넘어서는 끈끈한 무엇이 담겨있고, 이름을 부르면 예~ 하고 대답을 돌려주는 지극히 당연한 마주함이 들어있습니다.

반대로 이별이란 이름을 불러도. 더 이상 대답을 돌려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아들아, 딸아… 이제 잠시만 집으로 가자…"
 - '준형 아빠' 장훈 씨 추모사 

4년 하고도 8개월, 1700일 넘는 날을 길에서 보낸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가족의 이름을 수없이 부르고, 기억하고, 심연에서 물 밖으로 끄집어내고자 애를 써왔습니다.

비록 이젠 불러도 더 이상 대답을 들을 수는 없는 열일곱 살에서 멈춰버린 고운 이름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요.

그 이름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수없이 불리고 기억된다면…

그 이름을 통해 우리는 때론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늘 함께 있음을…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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