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림픽에도 유리천장이 있는데, 우린 그걸 부숴버렸다" 2016 리우 올림픽 때 피지 럭비 대표팀을 맡았던 벤 라이너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이너 감독의 말처럼 때로는 스포츠 강대국들의 국력 대결로 비치기도 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작은 나라들의 승리는 더 감동적입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 피지 27:12 뉴질랜드|럭비 남자 7인제 결승 (지난 28일) >
완벽한 호흡으로 상대 진영을 돌파해 트라이를 성공하더니, 골대를 넘긴 킥으로 승리를 확정합니다.
남자 럭비 7인제 결승에서 뉴질랜드를 꺾은 순간, 피지 대표팀은 무릎을 꿇고 울어버렸습니다.
경기장에 둥글게 모여 서서 '우리는 극복해냈다' 노래도 불렀습니다.
피지 럭비팀이 이겨낸 건 상대팀만이 아닙니다.
인구 89만 명의 작은 나라 피지에선 2만 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보건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여서 선수들의 올림픽 여정도 험난했습니다.
닷새짜리 훈련 캠프에 들어갔다가 봉쇄령이 내려져 다섯 달을 가족과 만나지 못했고,
[제리 투와이/피지 럭비 대표팀 주장 : 아이가 셋인데 너무 힘들었어요. 가족이 그리워서 캠프를 빠져나갈 뻔했어요.]
국경폐쇄로 도쿄행 여객기까지 끊기는 바람에 냉동 생선을 실은 화물기에 올라 간신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습니다.
[가레스 바버/피지 럭비 대표팀 코치 : 뭐가 됐든, 우리가 피지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우리의 목표였어요.]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야간 통금도 잊은 듯 사람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춤을 추며 모처럼 활짝 웃었습니다.
[제리 투와이/피지 럭비 대표팀 주장 : 피지는 지금 시끄러울 거예요. 감염병은 잊고 금메달을 축하할 겁니다.]
정부는 지난 리우 대회 때 이 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긴 럭비팀의 모습을 담은 7달러 기념 지폐를 발행한 데 이어, 이번엔 14달러 지폐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또 항공사에선 여객기를 띄워, 선수들은 말 그대로 금의환향, 편안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화면출처 : 트위터 'NBC Olympics'·'fijirugby'·'FBC_News'·ABC·Eurosp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