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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란됐던 '성적 수치심'을 '불쾌감'으로…검찰, 표현 바꾼다

입력 2021-05-19 20:26 수정 2021-05-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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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력 사건에서 등장하는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은, 피해자의 다양한 감정을 너무 좁게 봐서 이른바 '피해자 다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성폭력 처벌법에 이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수치심'이란 표현을 더 넓은 뜻의 '불쾌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2018년 한 남성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다가 적발됐습니다.

1심에선 유죄, 2심에선 무죄가 나왔는데 지난해 말 대법원은 다시 유죄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판결이 엇갈린 이유 중 하나는 '성적 수치심'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처벌법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때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분노와 무기력, 모욕감도 성적 수치심"이라고 봤습니다.

피해자의 다양한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도 내부 규칙에 나와 있는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도록 각 부서에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은의/변호사 : (경찰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이 느껴졌나요'를 계속 물어봐요. 이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피해자에게 '네가 느낀 게 수치심이었어'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수치심을 포함하는 불쾌감이잖아요.]

다만 상위법은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에 모든 조사 과정에 강제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회에선 성폭력 처벌법에서 '수치심'을 '불쾌감'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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