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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탐욕의 문지기 케르베로스'

입력 2019-12-16 21:39 수정 2019-12-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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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세 번째 둘레에 있다. 그곳은 영원하고 악하고 춥고 무거운 비로 가득 차 있다."
- 단테 < 신곡 : 지옥편 > / 보티첼리 < 지옥도 >

13세기 이탈리아 작가 단테의 < 신곡 >에는 각기 다른 죄를 범한 인간들이 갇힌 아홉 개의 지옥 감옥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케르베로스는 항상 배가 고파서 짖는다… 그가 하는 일이란 게걸스럽게 먹을 생각과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생각뿐이다"
- 단테 < 신곡 : 지옥편 >

그중 세 번째 감옥에는 탐욕이라는 죄목을 가진 이들이 갇혀 있는데 감옥의 입구는 머리가 셋 달린 신화 속 괴물 케르베로스가 지키고 있죠.

지옥의 문지기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와 입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리 먹어도 하나의 몸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세 개의 머리는 평생 서로를 물고 뜯으며 살아가는데… 

그것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징물은 동양에도 존재하여 불교 경전에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나옵니다.

두 머리 중에 한 머리가 탐스러운 열매를 챙겨 먹자, 질투에 눈이 먼 다른 머리가 홧김에 독과를 먹어버렸고 결국 한 몸뚱이를 가진 새는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

공명지조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의미

교수신문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꼽은 공명지조의 우화입니다.

"정치가 나뉜 건 그렇다 치고, 왜 시민들까지 나뉘는가. 왜 정치권은 그 분열을 이용하고, 더욱 갈라놓으려 하는가"
-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위원들의 말

학자들은 타협과 상생은 뒤로한 채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권은 물론 쪼개진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 서늘한 네 글자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나는 세 번째 둘레에 있다. 그곳은 영원하고 악하고 춥고 무거운 비로 가득 차 있다"

단테는 케르베로스가 지키는 그 탐욕의 지옥을 묘사하면서 각자의 권력을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치가들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한 몸뚱이인 것을 망각한 채 각자의 욕심으로 으르렁대는 혼돈의 세상.

13세기 작가 단테는 지옥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한 뒤에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지옥의 모습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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