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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에 성큼 다가선 슈틸리케호

입력 2015-01-2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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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에 성큼 다가선 슈틸리케호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에 성큼 다가선 슈틸리케호


슈틸리케호가 난적 이라크를 꺾고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오래 묵혀둔 우승에 대한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은 반세기 만의 우승이 헛된 꿈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5 호주아시안컵 준결승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한 번만 더 이기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15차례의 아시안컵에서 5차례 결승에 진출해 두 번의 우승(1956·1960년)을 거뒀다. 나머지 3차례는 준우승(1972·1980·1988년)에 그쳤다.

결승 진출은 이동국·박지성·홍명보 등 화려한 멤버로 구성된 대표팀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과업이다. 2000년 대회 이후 한국은 줄곧 8강 내지는 4강 언저리에서 짐을 싸야만 했다.

슈틸리케호는 이제 세 번째 우승이라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대망의 결승전은 오는 31일 오후 6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호주-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회 초반 슈틸리케호는 부상과 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 선수단 관리에 진땀을 뺐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오른쪽 날개 이청용(27·볼턴)을 부상으로 잃었다. 호주와의 3차전에서는 구자철(26·마인츠)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청용과 구자철이 빠지면서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흥민(23·레버쿠젠)·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등이 감기 몸살에 시달리며 슬럼프에 빠졌다.

이 같은 악재는 오히려 내부적으로 태극전사를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위기를 벗어나는데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조별리그 2경기 동안에 각각 1-0의 불안한 승리를 거두면서 탐탁치 않았던 경기력이 도마에 올랐지만 무실점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이라는 주문을 걸었다.

개최국 호주와의 3차전 승리(1-0)를 통해 확실한 상승세로 돌아선 한국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격파하며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사이 강력한 우승 후보들로 꼽히던 일본과 이란이 8강에서 탈락하는 등 한국의 우승 길에 약간의 운까지 따라줬다.

파죽지세의 한국 앞에 방심이라는 최대의 적이 똬리를 틀 수 있었지만 한국은 이날 이라크를 상대로 보여줬듯 오히려 강력한 투혼을 발휘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강한 정신력으로 완승을 이끌어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탈자들의 공백을 잘 메우는 용병술을 발휘하며 매 경기 무실점 승리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포함해 6경기 연속 A매치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1990년 10월 이후 25년 만의 A매치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박주호(28·마인츠)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55년 간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현 국가대표 입장에서 대단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이번이 우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고, 간절히 우승을 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2007년 대회에서 이라크에 당했던 패배의 아쉬움을 완벽히 설욕했다는 점에 있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3-4로 져 짐을 싸야만 했다. 1972년 대회에서도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서 2-4로 진 아픔이 있다.

"승부차기까지 가기 전에 끝낸다"는 김진수(23·호펜하임)와 한국영(25·카타르SC)의 약속은 현실이 됐다. 90분 이내에 2골을 넣으면서 완벽한 승리를 챙겼다.

뚜껑이 열리자 호각세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골맛을 보면서 한국 주도의 공격이 펼쳐졌다.

전반전 볼 점유율은 65.8-34.2%로 한국이 크게 압도했다. 슈팅 수에서는 5-4로 비슷했지만 한국은 유효 슈팅 2개 가운데 한 개를 골로 연결했다.

전반 2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진수(23·호펜하임)가 올린 크로스를 이정협(24·상주)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후반 5분에는 이정협이 공중볼을 가슴으로 떨궈준 것을 수비수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계속해서 공격의 주도권을 쥔 한국은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제 55년 간 가슴 깊이 간직하고만 있던 꿈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절주를 해온 슈틸리케 감독이 "31일 우승 샴페인 한 잔 하고 싶다"는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것인지 축구팬 모두가 결승전이 열리는 31일 오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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