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KTX 탈선과 같은 철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장비는 역시 운전석의 블랙박스입니다. 현행 철도 안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를 해야 하는데, 탈선한 KTX 열차에는 아예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는 다른 열차들도 테이프나 스티커로 가린 채 운행하는 등,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전다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코레일 열차 운전석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누군가 종이로 가려놓았습니다.
검은 테이프나 스티커를 붙여 놓기도 하고, 아예 렌즈 각도를 돌려놓은 곳도 있습니다.
어제(11일) 한 차량기지에 들어 온 10대의 열차를 살펴봤는데, 모든 열차의 블랙박스가 이런 식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조작하거나 촬영을 방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무색합니다.
열차 운전석 블랙박스는 지난해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렇게 각종 편법이 횡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탈선 사고가 난 열차를 비롯해 KTX 강릉선의 모든 열차에는 아예 블랙박스가 달려있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만약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레일측은 법 개정 전 발주한 차량이라 블랙박스를 달지 못했고 내년초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