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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대피 우왕좌왕'…메뉴얼은 '구식', 훈련은 '전무'

입력 2016-09-20 14:24

메뉴얼 사실상 무용지물…긴급재난문자에 지진 대피요령 삽입 필요

지진에 너무 안심…'안전한국훈련'시에도 지진 대피 훈련 시행 안해

정부, 지진홍보계획 관심끌기 역부족…재난드라마 등 친밀감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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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얼 사실상 무용지물…긴급재난문자에 지진 대피요령 삽입 필요

지진에 너무 안심…'안전한국훈련'시에도 지진 대피 훈련 시행 안해

정부, 지진홍보계획 관심끌기 역부족…재난드라마 등 친밀감 높여

'지진대피 우왕좌왕'…메뉴얼은 '구식', 훈련은 '전무'


'지진대피 우왕좌왕'…메뉴얼은 '구식', 훈련은 '전무'


최근 잇따른 강진과 여진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훈련은 구식 매뉴얼 속에서 잠만 자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두달만인 9월12일 경주에서 규모 5.2, 5.8의 강진, 이후 불과 일주일만인 19일에는 규모 4.5의 여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두차례나 발생한건 이례적인 일이어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

문제는 지진 재난에 대응하는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에 대비한 국민행동매뉴얼을 안전처 홈페이지(www.mpss.go.kr)나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 안전디딤돌앱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숙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지진이 발생해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안전처 홈페이지는 과부하로 인해 '먹통'이 되면서 대피요령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서도 매뉴얼을 찾기 어렵다는게 문제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대피하는 방법인데 시각적으로 자료가 부족해 일반인들은 실질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매뉴얼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른다"며 "긴급재난문자에 지진 대피요령을 간략하게 넣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대피문자에 대피 지역이나 학교 등 장소까지 상세하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지진재해가 발생했을 때 문자서비스가 효과적으로 빨리 전달돼야 하는데 기상청에서는 20초만에 지진을 감지하고 국민안전처로 송부하면 그 후에 국민안전처 에서 정보가 재가공되고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기상청에서 만들어진 정보가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에 대비한 실전과 같은 훈련도 부족한 편이다.

올해 안전처가 주관한 국가단위 종합훈련인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5월16~20일)에는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은 시행되지 않았다.

울산에서 지진해일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전북 부안군에서 지진(붕괴) 훈련만 실시했을 뿐이다. 해경이 지난 3월24~25일 역대 처음으로 전국 해안가에서 실시한 전국단위 지진해일대응훈련도 쓰나미에 중점을 둔 것이어서 내륙에서 발생하는 지진 상황은 가정하지 않았다.

지진대피 훈련의 양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매뉴얼은 현실과 맞지 않는 '구식'이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지진 관련 홍보 동영상이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중·고교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메뉴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근거로 정부의 위기관리 목표와 방향, 의사결정체계, 국민안전처의 세부 대응절차·조치사항과 유관기관의 임무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이 실무메뉴얼을 기반으로 다시 각 행정기관들은 '현장조치 행동메뉴얼'을 작성·시행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수립한 제1차 지진방재종합계획(2015~2019)의 주요 지진방재 교육·훈련으로는 수요자 연령이나 지적수준 등을 고려한 다양한 교재·동영상 개발·배포, 예비군·민방위 훈련 등 집합교육에 적합한 교육교재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19년까지 모두 4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러나 안전처는 대국민 홍보계획으로 반상회 등을 통한 홍보 강화, 다중이용시설의 국민행동요령 게시 요청 등만 제시해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홍보물 게시 등의 단순한 방식을 탈피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충분히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시대 트렌드를 고려한 가상현실(VR) 체험이나 재난 영화·드라마 등을 활용해 좀 더 친밀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매뉴얼에 명시한 지진 대피 요령도 시대 흐름과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진대피 훈련이 실효성있게 시행되지 않는 이면에는 매뉴얼이 부실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매뉴얼에는 지진이 발생하면 실내에서 탁자 밑으로 몸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탁자 보다는 창문이나 유리처럼 상대적으로 깨질 물건이 적은 화장실로 대피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경북도청이나 경주시의 지진관련 매뉴얼에는 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 실려 있지만 유관부처에는 여전히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로 표기하는 등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자체마저 매뉴얼을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매뉴얼 개정을 제때 하지 않아 담당공무원들이 평소에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매뉴얼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여 실어줄 필요도 있다.

일반적으로 고층 건물에는 화재가 발생하면 비상용 엘리베이터(피난용 승강기)를 이용토록 권고하고 있어 지진 발생시에도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더 안전할 것으로 오인하고 이용할 우려가 높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매뉴얼에 없는 실정이다.

공 교수는 "매뉴얼이더라도 읽기도 싫을 만큼 장황하게 돼있는 경우도 있다"며 "차라리 앞 부분에는 첫째, 둘째, 셋째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핵심내용만 소개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뒷면에 실어주면 바쁜 사람도 숙지하는게 좀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매뉴얼상에 재난문자 시안에는 지진규모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행동지침이 담겨있지 않아 대형지진 발생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 교수는 "큰 지진을 겪다보니 국민들은 경험이 없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고 정부조차도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여진이 줄어든다, 끝난다 이런 식의 발표도 있었다"며 "매뉴얼 측면에서 매뉴얼을 작성하는 인력구조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전문화가 안 되다보니 공무원 본인의 상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학은 상식이 아니다. 지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인적구성을 늘리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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