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의 공개적인 비판에 따라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런 상황…어디서부터 꼬였던 걸까요? 몇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4월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였다고 많은 사람들이 분석을 합니다. 보기 드문 명연설이었다는 평가를 일부에서 받았지만, 청와대로서는 심기가 불편한 대목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안의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강조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새누리당(지난 4월 국회 대표 연설) :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고 대안으로 세 부담과 복지 혜택을 동시에 늘리는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했습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현실성이 없다며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새누리당(지난 4월 국회 대표 연설) : 문제는 134조 5천억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야당은 명연설이라며 찬사를 보냈지만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현 정부 정책 기조는 아랑곳하지 않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소신 정치'를 극도로 경계한 겁니다.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앞서 2011년 말부터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으로 당명 변경을 시도하자 유 원내대표는 "새 당명에 정체성이 없다"며 적극 반대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뒤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새누리당(지난해 10월 국회 외통위) : 일관성 있는 그런 안보 전략이 없으니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 하면…외교부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
또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로 K, Y, 김무성과 유 원내대표가 지목된 것도 파국을 예고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