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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150억원대 대출사기에 눈물 짓는 서민들…관리감독은 손 놓은 금융당국

입력 2020-10-18 12:26 수정 2020-10-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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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150억원대 대출사기에 눈물 짓는 서민들…관리감독은 손 놓은 금융당국

뉴스룸은 한 대출 모집업체가 돈이 급한 서민들을 꼬드겨 개인 정보를 받아낸 뒤, 150억 원대 대출을 받고 잠적한 사건을 전해드렸습니다. 사기를 당한 금융회사는 본인들도 대출 모집업체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뉴스룸은 이런 상황을 예방해야 할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실태도 집중 보도했습니다.

 




●허술한 '대출모집인 제도'…관리·감독 손 놓은 금융감독원

JTBC 보도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출모집인 제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에 대해 질책이 나왔습니다. 지난 13일 정무위원회 국감 장면입니다.

[전재수/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에서는 대출 모집법인에 대한 (금융회사) 점검 실적이 2010년도에 모범규준을 만들어 놓고서도 전혀 없습니다. 단 1건도 없습니다.
"

[윤석헌/금융감독원장]
"모범규준으로 우리가 이것을 지도했는데 강제력이 없다 보니까 실적이 좀 빈약하거나 없다고 그러셨는데 하여튼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내년 3월까지는 행정지도를 촘촘하게 해서 끌고 가고."


금감원은 저희 취재진에게 "우선 금융회사가 대출모집인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한 바 있습니다. 자신들은 대출모집인을 규제할 법적 근거, 그러니까 '강제력'이 없다는 겁니다.

 
[취재설명서] 150억원대 대출사기에 눈물 짓는 서민들…관리감독은 손 놓은 금융당국

금감원은 "대출모집인 운영 실태를 집중 감독하겠다"라며 3년 전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자료를 확인해보니, '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 관리가 형식적'이라고 자체 진단한 후 '대출모집인 운영 관련 테마점검' 등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검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금감원이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신한캐피탈과 오릭스캐피탈을 상대로 한 150억 원대 대출사기가 벌어졌습니다.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대출모집인 관리·감독 제대로 될까?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최초 발의된 지 8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됩니다. 대출모집인을 감독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겁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정무위 국감에서 이를 강조했습니다.

[윤석헌/금융감독원장]
"(내년) 3월부터 법이 시행되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저희가 이것을 규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한캐피탈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의 수법은 교묘했습니다. 신한캐피탈 직원인 것처럼 위장했고, '생활안정자금'이라며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유도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렸습니다. 대출 심사를 하겠다고 접근했습니다. 신분증, 통장 등을 받아내서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취재설명서] 150억원대 대출사기에 눈물 짓는 서민들…관리감독은 손 놓은 금융당국

[취재설명서] 150억원대 대출사기에 눈물 짓는 서민들…관리감독은 손 놓은 금융당국

이들의 교묘한 수법, 하나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해당 업체는 오릭스캐피탈을 상대로 32억 원대 대출 사기를 벌였습니다. 지난 2018년입니다. 저희가 더 취재해보니, 해당 업체는 오릭스와 계약할 때는 다른 법인명을 썼습니다. 회사 이름을 바꿔가며 두 금융회사를 상대로 총 150억 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겁니다.

여기서 금융당국이 3년 전 낸 보도자료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대출모집인 규제 강화 방안'으로 주주나 경영진이 다른 대출 모집법인을 만들거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해당 업체가 이 규정을 대놓고 어겼지만, 금감원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 관리 감독을 못 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었던 검사나 행정지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금감원은 법 시행 전인 내년 3월까지는 행정 지도를 열심히 하고, 법 시행 이후에는 제대로 규제하겠단 입장입니다.

●신한캐피탈 "대출모집인 관리, 어렵다"…서민들에게 '손실' 떠넘기기도

신한캐피탈은 자사와 계약한 대출모집인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관리책임을 일선 금융회사에 떠넘겼으니, 신한캐피탈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겠지요. 하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신한캐피탈 여신관리부장]
"대출받으려고 요청했으면 본인인 줄 알지 그러면 이게 뭐 제3자라고 생각을 했겠습니까? 우리가 걔네(해당 대출 모집업체)를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되죠."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대출 계약을 할 때 사고 방지 의무도 있습니다. 대출 전 중요 사항이 담긴 계약서를 고객 본인에게 제공하고, 본인 확인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 신한캐피탈로부터 해당 확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한캐피탈은 해당 피해에 대해서 서민들에게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기단과 공모했는지 의심된다면서 형사고소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사기단에 대해서는 형사고소만 했을 뿐, 돈을 내놓으라는 소송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기단에 대한 재판 결과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서민들이 사기단과 실제 공모했는지, 경찰 수사 결과는 지켜볼 필요가 없었던 걸까요. 이들 중 일부는 카드와 통장이 막혀 신용불량자가 됐고, "구경도 못 한 돈을 어떻게 갚느냐"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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