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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문 대통령 "늦었지만 약속 지켜"

입력 2020-12-10 19:16 수정 2020-12-10 23:42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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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어젯(9일)밤 12시, 회기 종료와 함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끝났고 오늘 오후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첫 번째 안건으로 통과됐습니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나머지 5명 찬성만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금 전 "늦었지만 공수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신혜원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박병석/국회의장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대안에 대하여 투표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 그러면 투표를 마치겠습니다.]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박병석/국회의장 :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287인 중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오후 2시에 열린 본회의,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은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재석 287명에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길고 길었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까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공수처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줄임말이죠. 글자 그대로 고위공직자들의 범죄 행위를 수사하고 죄를 따져 물을 수 있는, 검찰이나 대통령 직속 기관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직접 기소권을 갖기에, 검찰의 기소 독점이 무너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요. 고위직 범죄 수사의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것도 핵심입니다. 문 대통령,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강민석/청와대 대변인 : 문재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법안 개정으로 신속한 출범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매우 깊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여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처장 후보 추천 작업, 출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인데요. 오늘 처리된 개정안의 핵심은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입니다. 공수처법 원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을 받아야 했는데요. 개정안은 이걸 5명만 찬성하면 되는 것으로 바꿔, 야당 몫 2명이 반대해도 영향이 없도록 했습니다.

야당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어젯밤 12시까지였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료. 그러니까, 자정을 넘기면 끝을 내야 했기 때문인데요. 시계를 잠시 어제로 돌립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본회의, 일단 비쟁점 법안부터 쭉쭉 처리한 뒤 밤 9시, 밖이 완전히 캄캄해지고 나서야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됐는데요. 곧장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합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주권자인 국민이 마치 개나 돼지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으며 법치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역사 앞에 두렵지 않습니까. 존경하는 민주당 의원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국회인 국회의원인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머슴이신지 하는 의문을 늘 가지게 됩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이자 결과적으로 마지막 주자가 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검은 마스크에 '근조' 리본을 단 차림이었습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강조했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발언을 본회의장 화면에 띄우며 "얼마나 많은 비리에 연루됐기에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어제) : 원래 거짓말하는 친구가 박주민이에요. 박주민. 한 입으로 두말하는 친구가 무슨 국회의원입니까.]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그래서 저는 이 순간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이렇게 읊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에 불법과 부정이 합법을 그리고 정의를 가장하고 둔갑했습니다.]

늦은 밤, 텅 빈 국무위원석을 묵묵히 지키는 한 사람이 있었죠. 추미애 법무부 장관입니다. 하지만 추 장관의 눈과 귀는 필리버스터가 아닌 책 한 권을 향해 있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보란 듯 '독서 삼매경'에 빠진 건데요.

[답변하세요!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 김기현 의원님 물어보세요 추미애 장관한테! (옆에 있잖아요! 물어보세요!)]
[고생들이…고생하십니다…]
[아니 왜! 왜! 직접 물어보라니까!]
[또 소설 쓰시네 하면 안 되잖아요.]

추 장관,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습니다. 토론을 안 들을 거라면 집에 가서 독서를 하면 되지, 왜 꼭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요. 의도가 있었겠죠. 추 장관이 읽은 책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집필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란 책입니다.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긋는 장면도 포착됐죠. 책을 꺼낼 때, 밑줄을 칠 때, 마치 카메라가 찍으라는 듯 각도도 정면으로 딱 맞춰줬습니다. 본회의가 끝나기 직전, 소셜미디어엔 아예 독후감까지 올렸는데요.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한 줄 평을 덧붙였습니다.

이제 슬슬 자정이 다가옵니다. 김기현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공수처법을 포기하십시오. 저는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본회의장 맨 뒤 쪽에 있던 주호영 의원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달려 나옵니다. 뭔가 "아직 아니야, 아직 끝이 아니야" 뭐 그런 메시지인 듯한데요. 본회의장 벽에 걸린 시계, 밤 12시가 아닌 11시 58분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정 아직 안 됐어, 좀 더 해" 사인을 보낸 건데요.

[저는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빨리 가셔야 하는데 저 때문에 잡혀있는 것 같아가지고…사실 이 필리버스터링을 통해서…]
[김기현 의원님, 자정이 되었습니다. 마쳐주시길 바랍니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평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민주당은 "숱한 진통과 저항 끝에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며, 공수처가 "최고의 공정성과 균형으로 청렴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개혁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결코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공수처는 시대의 요청에 따른 필연적 개혁입니다. 권력기관 개혁 그 이상의 시대적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야당에선 '독재', '히틀러' 같은 격한 비유부터 "차라리 계엄령을 선포하란" 주장까지 쏟아졌는데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지금 국회는 완장 찬 정권 홍위병 세력에 의해 심정지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히틀러 치하의 겨울이나 최근의 베네수엘라 등의 전제정치와 유사하다는…폭주의 배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4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권력의 무적 방패, 집권 세력의 도깨비방망이, 무엇보다 지금의 권력자들이 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괴물 조직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재 천국, 견제 지옥의 민주당 천하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이른바 범야권 '반문연대'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일부 전현직 의원들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모여 '문재인 정권 퇴진 투쟁기구' 출범을 결의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호칭도 생략한 채 맹비난을 쏟아냈는데요.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와 전체주의 독재국가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연말 정국, 어떻게 흘러갈까요.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공수처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연내 출범 박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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